[데스크 칼럼] 카카오 책임과 보상은 별개 문제다
카카오가 국민에게 밉보여도 한참 밉보인 것 같다. 지난달 ‘카카오 먹통’ 사태를 보면 그렇다. 골목 상권 침해 논란과 경영진 ‘주식 먹튀’ 문제는 차치하고서도 말이다. 데이터센터 화재 사건이 난데없이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 문제로 불똥이 튀는가 하면, 무료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보상이 당연해졌다.

물론 자업자득인 측면이 강하다. 카카오톡은 5000만 명이 쓰는 국민 앱이다. 이를 기반으로 고속 성장했다. 총자산 32조원, 재계 서열 15위 그룹이다. 문어발식 확장에 급급한 나머지 기본인 데이터센터 확충에 소홀했다. 반나절 만에 정상화한 네이버를 보면 더 할 말이 없어진다. 심지어 데이터센터 전체의 셧다운에 대비한 훈련은 한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10년 전에도 이번과 비슷한 ‘카톡 불통’ 사태를 겪었다. 하인리히의 법칙은 그저 통계적 이론일 뿐이었다.

"미안하다" 말뿐인 글로벌 빅테크

카카오는 비상대책위원회 안에 원인조사·재발방지·보상대책 소위원회를 구성했다. 유료 서비스는 약관에 따라 보상을 마쳤다. 모든 이해관계자에 대한 보상을 약속했다. 정치권 질타와 여론에 떠밀려서다. 이달 초 19일간 피해 사례를 받았다. 10만여 명이 신청했다. 단순 불만이나 하소연 수준의 신고도 일부 있다고 한다.

‘국민 메신저’로서의 책임을 방기한 카카오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징벌적 보상은 곤란하다. 무료 서비스에 대한 보상은 여러 측면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손해배상을 규정한 민법 393조, 전기통신사업법 33조·37조는 물론 서비스 약관 어디에도 무료 이용자 보상 의무가 없다. 그러다 보니 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카카오 사태 16일 뒤인 지난달 31일 인스타그램도 8시간30분간 장애를 일으켰다. 운영사 메타의 대응은 “미안하다”는 게 전부였다. 와츠앱 트위터 유튜브 등도 장애를 겪었지만, 글로벌 빅테크가 보상안을 내놓은 경우는 없다.

경영진 배임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카카오 주주는 202만 명을 웃돈다. 이들이 납득할 만한 근거를 대야 한다. 피해 사실을 확실히 증명할 수 있어야 하고 장애로 인한 피해라는 인과관계도 규명해야 한다. 유사 보상 사례로 꼽히는 KT 서울 아현지사 화재 땐 지급 완료까지 333일 걸렸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지난 21일 열린 ‘1015 피해지원 협의체’ 첫 회의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좋은 결론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했다.

신중한 보상안 마련 필요

국감 때 의원들 말마따나 “담대하고 통 크게”(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좀스럽게 하지 말고 화끈하게”(하영제 국민의힘 의원) 할 사안이 아니다. 그러니 법 따지기 좋아하는 의원들이 표만 바라본다는 얘길 듣는다. 디지털 재난 대응을 강화하는 법이면 족하다. 카카오처럼 한 번의 장애로 막대한 보상 비용을 감당할 기업도 그다지 많지 않다. 장기적으로 국내 스타트업과 정보기술(IT) 기업의 무료 서비스 개발 및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카카오톡은 경합성과 배제성이 없다. 이런 측면에서 공공재와 비슷하다. 지하철 와이파이 장애로 입사지원서를 못 냈다고 지하철공사를 탓할 순 없지 않은가. 하더라도 신중한 보상안 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