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 집중탐구

금속 가격 반영 및 환율 효과로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소재·중간부품 수직계열화 따른 미국 IRA 수혜 기대↑

미국 투자 나선 LG화학의 지분 매각 가능성 제기
경기 침체 따른 자동차 업황 우려도 고조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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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식시장을 주도하는 테마를 딱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2차전지일 겁니다. 내년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가운데서도 전기차 시장은 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기대 때문입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전기차 시장의 성장 여력이 큰 미국에서는 현지 생산되는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지원 방안이 담긴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이 시행돼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의 주가를 더 밀어 올렸습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2차전지 섹터의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도 9월30일을 저점으로 30% 넘게 치솟아 57만1000원으로 이달 25일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 11일에는 62만4000원으로 종가 기준 최고가도 다시 쓴 바 있습니다. 전체 증시도 반등국면이긴 했지만,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2위인 대형주의 오름폭이 코스피 상승률(13.16%)의 두 배를 웃돈 게 흔한 일은 아니죠.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환호하는 증권가 “호실적에 수직계열화 따른 IRA 수혜까지”
한달 반 동안 이어진 LG에너지솔루션 주가 랠리의 배경은 3분기 호실적입니다. 특히 잠정실적을 발표한 지난달 7일과 실적을 설명하는 컨퍼런스콜이 개최된 지난달 26일 전후로 주가가 강하게 튀어 올랐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3분기 호실적은 워낙 화제가 됐으니 간단히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영업이익이 5219억원으로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을 약 30% 웃돌았고, 이는 △2분기에 치솟았던 금속가격을 판매 가격에 반영 △달러 강세에 따른 우호적인 환율 효과 △고객사 신차 출시에 따른 판매량 증가 등으로 가격과 물량이 모두 호조를 보인 덕이었습니다.
[마켓PRO] "세계 1위" 꿈 부푼 LG엔솔…꽃길만 펼쳐질까
호실적 발표와 맞물려 주식 시장도 회복세를 보이면서 시장은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장밋빛 미래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가장 주목받은 LG에너지솔루션의 역량은 ‘주요 2차전지 완제품(셀) 생산업체 중 미국 현지화에 가장 앞섰다’는 점입니다.

우선 미시간주 홀랜드에서 운영 중인 단독 공장의 경우 생산능력을 기존의 5배인 25GWh(기가와트시)로 늘리기 위한 증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GM과 스텔란티스, 혼다와 각각 설립한 합작법인의 공장까지 합치면 LG에너지솔루션의 2025년 미국 내 생산능력은 255GWh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증권가에서는 도요타 등이 미국 내 배터리 생산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과 손을 잡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고요.

단순히 생산규모가 큰 게 아닙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강점은 배터리 후방산업인 중간부품·소재까지 수직계열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은 한국 깅버을 포함해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과 비교해봤을 때 중간부품·소재 계열화의 정도가 가장 촘촘하고 계획의 가시성이 높다”고 평가합니다.

그는 “LG에너지솔루션은 미드스트림(양극재·분리막·전해액·알루미늄박·동박 등 중간부품)에 대한 1차 계열화를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며 “업스트림(금속을 비롯한 원재료)에 대한 2차 계열화는 고려아연에 대한 지분투자, 포스코그룹과의 협력 확대를 통해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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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완제품 후방산업에 대한 수직계열화는 미국의 IRA와 맞물려 LG에너지솔루션의 성장 스토리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중국을 견제한다는 목적도 포함시켜 설계된 IRA가 ‘글로벌 1위 2차전지 기업’ 타이틀을 놓고 LG에너지솔루션과 경쟁하는 CATL을 비롯한 중국 기업들의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죠.

이쯤 되면 글로벌 2차전지 산업이 LG에너지솔루션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실제 지난달 7일 LG에너지솔루션이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뒤 나오는 증권사의 기업분석 보고서들은 장밋빛 전망 일색입니다.

몇몇 보고서의 제목을 보시죠. ‘글로벌 선두 향한 그림, 완성돼 간다’(유안타증권), ‘글로벌 1위를 향해 도약’(신영증권), ‘유일한 대안이라는 가치’(DB금융투자), ‘다른 집 가봐야 발만 아프세요’(하이투자증권), ‘초격차 기업으로 진화 중’(메리츠증권).

당연히 목표주가 상향도 잇따르면서, 지난달 25일에는 58만238원이던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목표주가 컨센서스가 한달만에 65만136원으로 12.05% 상향됐습니다.
모회사 LG화학 보고서에 담긴 ‘LG엔솔 오버행’ 우려
“시장이 탐욕적일 때 공포에 떨고, 시장이 공포에 떨 때 탐욕을 가져라.” 전설적인 투자자 워렌 버핏의 말입니다. 공포까지는 아니어도 환호성을 지르는 증권가로부터 조금 떨어져 시야를 조금 넓힐 필요는 있을 겁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LG화학에 대한 기업분석 보고서에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 불안 요소가 담겨 있습니다. 최근 미국 테네시주에 4조원 가량을 투자해 2차전지 양극재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LG화학이 보유 중인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매각해 마련할 가능성이 제기된 겁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빌 리 테네시 주지사가 21일(현지시간) 양극재 공장 설립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LG화학  제공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빌 리 테네시 주지사가 21일(현지시간) 양극재 공장 설립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LG화학 제공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이 기존에 제시한 연간 4조원의 자본투자(Capex)를 감당할 자금 조달 계획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며 “결국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일부 매각 가능성 등을 포함한 소재 사업 투자 재원 조달의 불확실성 해소가 최종적으로 LG화학의 기업가치 재평가에 가장 강력한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81.84%를 보유한 모회사입니다. 미국 양극재 공장을 짓기 위한 재원 4조원을 모두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팔아 마련한다고 해도 지난 25일 종가를 기준으로 LG화학의 보유 지분은 약 3%포인트 낮아질 뿐입니다. 경영권에 영향이 전혀 없다는 거죠.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출렁일 수 있습니다. 실제 환호성을 지르는 증권가에서 나온 보고서에 담긴 LG에너지솔루션의 불안 요인 중 하나가 우리사주조합의 보호예수 해제인데, 이 물량이 전체 주식의 3.5% 수준이거든요.

말이 나온 김에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증권사 보고서에 담긴 불안 요소를 더 찾아보죠. 미래에셋증권의 내년 연간 전망 보고서에는 LG에너지솔루션의 리스크 요인으로 ‘거시경제(매크로) 둔화에 따른 전기차 수요 부진’을 꼽고 있습니다. 경기침체로 소비 여력도 줄어드는데, 긴축으로 인한 금리 상승으로 자동차 할부 이자 부담이 커진 데 따른 자동차 업황 우려도 커지는 중입니다. 실제 글로벌 전기차 1위 기업인 테슬라는 최근 중국에서의 판매 가격을 인하하기도 했죠.

아직까지 증권가는 전기차 시장 자체의 성장성이 꺾이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전기차가 상대적으로 먼저 확산된 중국과 유럽에서도 아직까지 침투율이 30% 남짓이기 때문이죠.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시장이라는 미국의 전기차 침투율은 7% 수준에 불과합니다.

다만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한 뒤 본격적으로 경쟁에 돌입한 뒤에도 2차전지 업체들이 지금과 같이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전기차 가격을 낮추려면 비용을 통제해야 하는데, 전기차 생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배터리거든요. 한 화학 담당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 완성차업체이 부품업체들에게 허락하는 영업이익률은 회사채 금리 수준”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프로필(11월 25일 종가기준)
현재 주가: 57만1000원
PER: 79.84배(12개월 포워드 기준)
동종업종 PER: 12.34배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 1조5130억원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