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 동안 주식시장에 쏟아진 전환사채(CB) 매물 폭탄이 최소 13조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B가 주식으로 바뀌어 시장에 팔렸다는 것은 ‘큰손’들이 상당한 차익을 실현했다는 것을 뜻한다. 매년 차익 규모만 조단위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게 신흥 부자들이 생겨났고 ‘개미 군단’은 그만큼 피눈물을 흘렸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상장사들이 발행한 메자닌 채권(CB·BW·EB) 발행 규모가 2019년(3조9244억원)을 기점으로 급증했다. 2020년 8조1734억원, 2021년 11조8166억원이 발행됐다. 자금시장이 경색된 올해도 현재까지 5조6951억원이 찍혔다. 무자본 인수합병(M&A)을 앞세운 머니게임이 판을 친 시기와 맞물린다. 주식 전환 규모도 2020년부터 크게 늘었다. 2020년 2조8195억원, 2021년 4조1730억원, 올해 2조6180억원이 시장에 풀렸다. 3년간 9조6105억원 규모의 CB가 주식으로 바뀐 셈이다. 통상 주가가 전환 가격보다 30% 이상 높을 때 CB 전환이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최소 13조원어치 주식이 시장에 풀렸을 것으로 추산된다.

CB는 기본적으로 채권이지만 통상 1년 이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옵션이 주어진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금 손실 위험은 작은데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일부 투기 세력이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년여간 발행되고 전환된 CB의 대부분이 무자본 M&A에 활용된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이들은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전환가를 하향 조정하는 리픽싱 조항을 악용해 주가 조정기에도 수익을 올리고 있다. CB 전환시점에는 주가가 반짝 급등하는 일이 다반사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무자본 M&A에 활용된 CB가 주식으로 바뀌어 소화됐다는 건 인수 자금을 개미들이 조달해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조진형/이동훈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