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젊어진 LG…'미래'에 방점 찍은 구광모
“5년, 10년 뒤 LG의 미래를 설계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어낼 인재를 발탁했다.”

‘2023년 정기 임원 인사’에 대한 LG그룹의 설명이다. 당장의 위기 극복만 염두에 둔 ‘안정형 인사’에 그치지 않고, 신사업을 끌고 갈 수 있는 혁신형 인재를 계열사 요처에 배치했다는 것이다. 신규 임원의 92%를 40~50대 초반으로 구성하고 미래 준비의 근간이 되는 연구개발(R&D) 및 고객가치 분야 인재를 중용한 게 특징이다.
“성장 이끌 차세대 리더 발탁”
24일 공개된 LG그룹의 정기 임원 인사에는 구광모 회장의 ‘미래 준비’에 대한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룹의 미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핵심 사업조직에서 승진자가 많이 배출됐다. 배터리를 담당하는 LG에너지솔루션,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을 맡고 있는 LG전자 VS사업본부, LG화학 첨단소재사업본부 등에서 신규 임원 및 승진자가 많았다.

조직은 젊어졌다. 신규 임원 92%가 1970년 이후 출생자다. 만 39세인 1983년생 우정훈 LG전자 수석전문위원은 상무로 발탁됐다. LG그룹 관계자는 “추가적인 성장 모멘텀을 만들 수 있는 차세대 리더를 적극 중용했다”고 설명했다.
R&D 분야 신규 임원 31명 선임
미래 준비의 핵심인 R&D 인재를 우대하는 기조도 이어졌다. LG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소프트웨어 포함 R&D 분야에서 신규 임원 31명을 선임했다. 승진자를 포함한 그룹의 전체 R&D 임원도 196명으로 급증했다.

정기인사와 별도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할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재도 지속적으로 찾을 계획이다. 올 들어 LG그룹은 아마존 출신 한은정 LG전자 상무와 김영훈 LG에너지솔루션 상무를 영입해 인공지능(AI)·빅데이터 경쟁력을 강화했다. LG 관계자는 “올해에만 글로벌 경쟁력과 전문성을 갖춘 19명의 외부 인재를 영입했다”며 “기존 조직에 새로운 시각을 접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계열사 조직개편엔 ‘고객 가치 중심’ 등 구 회장이 중시하는 경영 철학이 깊이 반영됐다. LG전자는 이날 본사 직속 CX(고객경험)센터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CX센터는 고객경험을 중시하는 전략 및 로드맵 제시, 고객경험 혁신, 상품·서비스·사업모델 기획 등을 총괄하게 된다. CX센터장은 디자인경영센터장 출신인 이철배 부사장이 맡았다.

LG 제품에 대한 팬덤(fandom) 창출이 목표인 플랫폼사업센터의 역할은 강화됐다. 각 사업본부에 분산된 LG 씽큐의 기획, 개발, 운영을 통합해 담당한다. LG디스플레이는 중형CX그룹과 대형솔루션 CX그룹을 신설했다. ㈜LG는 고객서비스(CS) 전문가로 꼽히는 장태진 LG전자 상무를 CS 담당 임원으로 발탁했다.
경영 위기에 주요 CEO는 유임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조주완 LG전자 사장, 정철동 LG이노텍 사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등 주요 계열사 핵심 임원은 유임됐다. 관록을 바탕으로 사업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발굴에 힘써달라는 구 회장의 주문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LG그룹 관계자는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사업 경험이 풍부한 최고경영자(CEO)를 대부분 재신임하고 미래 준비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2005년부터 LG생활건강 대표를 맡아온 차석용 부회장과 2015년 이후 LG CNS를 이끈 김영섭 사장은 ‘용퇴’ 결단을 내렸다. ㈜LG는 권봉석 부회장 체제가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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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수/배성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