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배당 제도 개편에 나선 것은 궁극적으로 배당 투자 문화를 안착시키고 저평가 상태인 국내 증시의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서다. 현행 국내 배당 제도 및 관행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고 국제 정합성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이번 제도 개편으로 배당 투자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새로운 자금이 주식시장에 흘러들어올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배당·주가 동반 상승 기대

배당 예측성 높아져…"신규자금 유입 기대"
지난해 국내 상장사의 배당 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은 26.7%에 불과하다. 미국(41.0%), 영국(56.4%)은 물론 중국(28.4%)보다도 낮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기업의 낮은 배당성향 등 주주환원’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의 43%를 차지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배당 투자 문화가 안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주주환원율마저 낮을 경우 자본시장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증권업계는 국내 배당 제도가 미국 등 선진국처럼 배당금 규모가 먼저 확정된 뒤 배당받을 투자자가 결정되는 방식으로 개편되면 배당 투자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글로벌 배당주 펀드 중에는 한국을 투자 기피처로 정한 곳도 있다”며 “배당 투자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면 글로벌 배당주 펀드는 물론 지금까지 은행이나 부동산 시장에 머물렀던 인컴형 자산이 자본시장으로 유입되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를 모아야 하는 기업으로서도 배당을 확대할 것이란 관측이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까지는 배당금이 결정되는 시점의 주주와 배당을 받는 주주가 다르기 때문에 배당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작았다”며 “제도 개편 이후에는 배당금이 직접적으로 주가를 움직일 수 있게 되는 만큼 기업도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배금(배당금)을 먼저 확정한 뒤 분배(배당) 주주를 결정하는 사회간접자본 투자 펀드인 맥쿼리인프라가 좋은 예다. 남 연구위원은 “맥쿼리인프라는 시장 예상치보다 높은 배당금을 발표하면 분배기준일까지 주가가 오르고 거래량이 크게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외국인투자자 문턱도 낮춘다

금융위원회는 1992년 도입된 외국인투자자 등록 제도도 개편할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제한적인 영문 공시도 확대한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9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 세미나’에서 배당 제도와 외국인투자자 등록제 개편을 시사한 바 있다.

불투명한 배당 제도와 외국인투자자 등록제, 제한적 영문 공시는 모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지적한 사항이다. 증권업계에서 정부가 MSCI선진지수 편입을 재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위 관계자는 “선진지수 편입과 무관하게 국내 제도의 선진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해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형교/이동훈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