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운동맘 겨냥…커뮤니티 전문가가 만든 '히로인스' 4억 시드투자 [허란의 VC 투자노트]
명함앱 '리멤버'를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탈바꿈시킨 프로덕트 오너(PO)가 창업가로 변신했다. 엄마의 운동 습관 커뮤니티인 ‘히로인스’를 출시한 남윤선 패러다임시프트 대표 얘기다. 두 아이의 아빠인 그는 아내에게 2년 치 생활비를 맡기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마흔둘에 접어든 그로선 피할 수 없는 도전이었다. 투자 혹한기와 맞물리면서 맘고생도 많았다. 하지만 이달 23일 베타 서비스를 출시한 지 3개월 만에 4억원 규모 시드 투자(극초기 단계) 유치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커뮤니티를 가장 잘 키워낼 팀

이날 서울 강남구 오렌지플래닛 사무실에서 만난 남 대표는 “우리는 커뮤니티를 정말 잘 키워낼 수 있는 팀”이라고 자부했다. 남 대표는 리멤버 서베이와 리멤버 나우를 출시해 안착시킨 바 있다. 조한울·안수경 팀원들 역시 주딕트(소액소송대행 플랫폼), 놀이의 발견(키즈앱), 스파르타 코딩클럽 등 여러 커뮤니티를 만들어본 전문가들이다.

남 대표는 “리멤버 커뮤니티가 잘 되는 이유는 시대의 흐름을 읽어냈기 때문”이라며 “기자 생활을 하면서 키워낸 트렌드 분석 능력도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남 대표는 LG상사 해외 영업을 거쳐, 2010년부터 8년간 한국경제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했다. 싸이월드로 자리를 옮겨 큐(QUE)라는 뉴스큐레이션 앱을 만들기도 했으며, 이후 리멤버에서 콘텐츠센터를 이끌다 지난 5월 패러다임시프트를 창업했다.

패러다임시프트에 투자한 이무영 베이스인베스트먼트 이사는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니즈를 예리하게 포착하고 이를 사업 기회로 성장시키는 데 있어서 최고의 역량을 보유한 팀이라고 판단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운동맘 커뮤니티 '히로인스'를 운영하는 패러다임시프트의 남윤선 대표가 23일 서울 강남구 오렌지플래닛 사무실에서 한경 긱스(geeks)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허란 기자
운동맘 커뮤니티 '히로인스'를 운영하는 패러다임시프트의 남윤선 대표가 23일 서울 강남구 오렌지플래닛 사무실에서 한경 긱스(geeks)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허란 기자

칼로리가 아닌 운동 후 감정을 기록

커뮤니티의 주인공은 ‘운동 맘(운동하는 엄마)’이다. ‘모든 엄마가 건강해지는 것’이 히로인스의 비전이다. 출산으로 건강이 상한 아내가 운동으로 자존감이 회복하고 삶이 바뀐 것을 남 대표가 직접 목격하면서 창업 아이템을 결정했다.

히로인스 서비스는 엄마들의 운동 습관 형성을 돕는 ‘운동 일기’ 기능과 엄마들끼리 건강에 대한 경험과 고민을 나누는 커뮤니티로 구성돼 있다. 빠르게 가설검증을 하고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8월 '노코딩'으로 서비스를 출시했다.

운동 분야 슈퍼 앱인 ‘눔’이 몸무게, 칼로리 기록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히로인스의 운동 일기는 ‘운동 후 감정’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그는 “살을 빼야 한다는 스트레스 없이 운동 후 좋은 감정들을 반복해서 기록하면서 운동 습관을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운동일기를 한 번이라도 써 본 회원의 재방문율은 80%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1000만 엄마 시장 타깃

30대부터 60대까지 국내 운동맘은 3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체육활동에 월평균 6만원을 쓴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계 헬스 유튜버 ‘빅씨스’ 등 운동 맘들이 인플루언서로 활약 중이다.

남 대표는 “한국 엄마 인구는 1000만 명에 달하고 출산 후 육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다는 공통점이 있는데도 이들의 건강에 집중한 서비스는 없다”며 "중년 여성 대상 패션 분야엔 '퀸잇', 교육 분야엔 'MKYU'가 있는 것처럼 건강 분야 대표 플랫폼으로 히로인스를 키워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