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다음달 깜짝 감산”…‘미국 화해’ 가능성에 유가 급등락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다음달 5일 정례 모임에서 하루 최대 50만 배럴의 증산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사우디 측이 즉각 부인하면서 국제 유가는 21일(현지시간) 큰 폭의 변동성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을 검토하고 나서면서 미국과 화해 수순을 밟고 있다”고 전했다. OPEC의 맹주 격인 사우디는 지난 10월 정례 OPEC 회의에서 시장 예상보다 큰 하루 200만 배럴 감산을 주도했다. 이에 따라 유가 하락을 유도해온 바이든 행정부와 마찰을 빚어왔다.

다만 바이든 정부가 지난주 사우디의 실질적인 통치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에게 면책 특권을 부여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는 게 신문의 설명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자국 출신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했다는 혐의와 함께 이론적으로 미국 재판정에 서야 할 처지가 될 수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다음달 정례 OPEC 회의에서 하루 50만 배럴 증산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 국제 유가는 21일(현지시간) 큰 폭으로 움직였다. 야후파이낸스 제공.
사우디아라비아가 다음달 정례 OPEC 회의에서 하루 50만 배럴 증산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 국제 유가는 21일(현지시간) 큰 폭으로 움직였다. 야후파이낸스 제공.
사우디가 하루 최대 50만 배럴의 증산을 검토하는 건 표면적으로는 겨울철 소비 증가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겨울철엔 난방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 이에 대비한 조치를 취해 왔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이 다음달 5일부터 러시아 원유에 대한 금수에 나서는 데 대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입장에선 ‘200만 배럴 감산이 러시아 전쟁을 지원할 목적이 아니었다’는 해명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요즘과 같은 유가 하락기에 감산을 검토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보도 직후 사우디아라비아 측은 “원유 감산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월가에서도 감산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유가가 떨어지고 있는데다, 중국의 코로나 봉쇄 강화 조치로 추가 하락 전망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미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월스트리트저널 보도 후 배럴당 75달러 선까지 급락했으나 사우디의 부인 이후 78달러대로 회복하는 등 큰 폭으로 변동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