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리더의 시각
임태섭 크레스트아시아자산운용 전략자문(성균관대 MBA 교수)


[마켓PRO] 금리상승+달러강세+증시약세 '삼각고리' 생각보다 오래 지속될 것
연준이 올초부터 시작한 금리인상 사이클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물가상승세가 하향세로 접어들면서 추세적으로 연준의 목표치인 2%로 수렴하는 지표들이 나오거나 미국경제가 본격적 침체국면에 진입하였다는 증거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뒤늦게 서둘러 시작한 연준의 긴축정책은 아직까지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는데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다. 9월 미국 근원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달대비 0.58% 상승하고 전년대비 6.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며 시장예측치 0.40%를 휠씬 초과하는 수준을 기록하였다. 더욱이 근원 서비스부문 물가상승세는 전달대비 0.8% 상승하며 연율 9.6% 상승하였다. 또한, 급격히 하락할 것으로 기대됐던 상품부문의 물가상승세도 좀처럼 쉽게 꺾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조절론

서비스부문 물가상승세는 고용시장의 수급불균형으로 인한 임금, 임대차 비용 그리고 의료비용 상승세가 주도하고 있는데 현재 추세가 적어도 내년 중반까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9월 비농업부문 신규취업자수가 263,000을 기록하였는데 이 수준은 현재 3.5% 실업률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고용시장의 수급불균형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9월 구인자수가 백만명정도 감소하며 구직자수와의 차이가 줄었으나 아직도 1.66대1을 기록하였고 10월에는 구인자수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며 파월의장이 적정수준이라 언급한 1대1을 휠씬 초과하고 있다. 임대차 시장도 금리인상에 직접 영향을 받는 주택가격은 하향세로 돌아섰다는 지표가 나오기 시작하였으나 신규임대비용과 기존임대비용의 차이가 커서 재계약시 기존임대비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현재의 인플레이션 관련 지표들은 특히 근원인플레이션이 하향추세로 접어들기는 고사하고 현재 수준에서 더 이상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는 어떤 결정적 증거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추세적으로 의미있게 하락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들은 FOMC 위원들이 금리인상 속도를 하향조정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10월말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를 바탕으로 연준의 금리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며 급격히 반등하였다. 미 연준은 지난 6월 금리인상 폭을 시장기대보다 확대하면서 했던 것처럼 정책금리 결정 전 묵언기간에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시장과 소통하는 의외의 채널을 한번 더 선택하였다. 연준의 정책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한 주식시장의 섣부른 반등세는 금융여건을 지속적으로 긴축해야하는 연준의 입장을 또다시 상당히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장기화 가능성

금융여건이 또다시 완화되는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열린 11월 FOMC회의는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대로 정책금리를 0.75% 인상하고 앞으로 금리인상 폭을 하향조정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금리결정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파월의장은 금리인상 폭 하향조정 가능성이 연준의 정책전환으로 해석되어 금융여건이 완화되지 않도록 금리정책 방향에 관한 신중한 그리고 매파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구체적으로 파월의장은 높은 금리수준을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더 길게 유지할 것을 밝혀 내년 후반 금리인하를 예상하던 시장의 낙관론과는 거리가 있는 매파적 정책방향을 분명히 했다. 또한 파월의장은 필요시 지난 번 금리점도표에서 보여준 최종 정책금리수준 4.6%보다 높은 수준까지 인상할 수 있음을 언급하며 속도는 다소 느려지지만 금리수준은 더 높게 형성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파월의장의 매파적 발언은 채권시장에 즉각적 영향을 미치며 연준의 정책금리가 12월 0.50%, 2월과 3월 0.25% 인상에 이어 5월에도 또다시 0.25% 인상되면서 최종 금리수준은 5% 이상에서 정점을 이루는 것으로 시장의 기대감이 바뀌었다. 또한 내년 하반기 금리인하를 예상하던 채권선물시장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2024년초로 연기하였다.

연준의 “더 길게 그리고 천천히 더 높게”라는 정책기조는 일단 4.75%~5.0%수준의 금리를 유지하며 올해 450bp 이상 누적된 금리인상의 효과가 실물경제 둔화를 통해 나타나며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기를 기다려보자는 다소 신중한 입장으로 해석된다. 2000년 봄 IT버블붕괴 직전 연준의 정책금리가 한때 6.5%에 달했던 것을 목격한 필자로서는 그때에 비해 결코 녹녹치 않은 인플레이션 상황을 고려할 때 5.0%를 충분히 긴축적인 수준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실제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이미 전반적 확산세를 보이고 있어 에너지, 식료품, 상품 그리고 임대차 등 일시적이거나 후행지표라고 규정되는 것들을 제외하더라도 전년대비 8.16%, 전달대비 0.9%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중국 견제정책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의 분리작업, ESG 등으로 인한 원가상승요인, 노령화로 인한 경제활동참여율 저하 등 구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상황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중립금리수준은 흔히 논의되는 2.5%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일 것으로 평가된다. 5%수준의 금리는 연준이 생각하는 것보다 휠씬 덜 긴축적인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긴축적 금리수준이 지금 평가하는 것보다 상당히 높다는 것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12월 FOMC후에 발표될 금리점도표는 최종 정책금리수준을 지난 6월의 4.5%~4.75%에서 5%이상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조금 더 이런 현실을 인정할 것이다. 필자의 금리모델은 연준의 최종 금리수준을 5.5%이상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연준과 금융시장이 기대금리수준을 지금보다 크게 높여야 할 것임을 의미한다.


지금까지의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금융여건 긴축효과는 올 4/4분기와 내년 1/4분기를 기점으로 소멸되기 시작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연준의 올 금리인상 폭에서 80%는 6월 FOMC후에 이루어진 반면 올해 금융여건 긴축 정도의 75%는 이미 6월 이전에 이루어져 현재까지의 금융여건 긴축효과는 이미 경제에 상당부분 반영되었으나 인플레이션은 아직까지 크게 하락하지 않았고 내년 1/4분기까지도 연준의 목표치 2%에 근접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연준은 금융여건 긴축을 유도하기 위해 금리인상을 상당폭 단행할 수 밖에 없다.

그림 1: 미국 금융여건지수 더욱 긴축될 듯
출처: Goldman Sachs Investment Research
출처: Goldman Sachs Investment Research
연준의 새로운 정책기조는 과잉긴축으로 인한 경기 경착륙의 가능성을 낮춘다는 점에서 분명한 정책적 가치가 있다. 하지만 전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인 더들리는 최근 블룸버그 컬럼에서 통화정책이 매우 긴축적이 아니고 다소 긴축적이라면 경제활동과 고용시장의 둔화도 천천히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연준으로서는 금리인상의 효과를 시간을 갖고 지켜보면서 대응할 수 있게 되어 그만큼 과잉긴축의 정책오류 가능성을 낮출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에서 더 오래 지속되며 소비자들과 기업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년간 팬데믹 상황에서 미국 기업들은 저금리 장기채권 발행을 통해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였고 가계는 초과 저축을 통해 상당한 잉여저축을 확보한 상태이다. 금리상승에 대한 기업과 가계의 민감도가 감소한 상황이라 금리인상의 효과가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호주, 뉴질랜드 등 부채의 만기구조가 짧고 대부분 변동금리인 경제에 비해 금리민감도가 낮을 수 밖에 없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일단 상승하기 시작하면 쉽게 제어되지 않아 연준은 금리수준을 휠씬 더 높여 대응할 수 밖에 없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금리인상의 속도도 문제이지만 절대적 금리수준도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데 중요한 변수인 점이다. 지난 몇년간 한국 주택시장의 끊임없는 상승세에서 보듯이 공급부족이 지속되고 있는 미국의 주택시장은 수요가 금리의 급격한 상승에 단기간 눌리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금리수준에 적응한 수요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2008년 미국 주택시장 버블붕괴 전 30년 모기지 금리도 6.5%~7.0% 수준으로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더욱이 현재 미국 가계의 부채비율은 GDP대비 80%수준으로 그때보다 20% 포인트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상당한 금융비용 부담 여력이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 처하면 연준은 현재 매우 긴축적이라 평가하고 있는 수준보다 금리를 휠씬 더 높은 수준으로 올릴 수 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폭등세를 보였던원자재가격은 지난 2/4분기 이후 천연가스를 제외하고는 하향안정세에 접어 들었다. 원자재가격의 하향안정세는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봉쇄조치와 부동산시장 버블붕괴가 중국경제를 지속적으로 억누르며 원자재수요를 둔화시킨 측면도 있다. 내년 2/4분기 기온상승과 함께 중국정부는 제로코로나 정책으로부터 전환을 시도할 것이다. 중국경제의 리오프닝은 원자재시장의 수급균형을 급격히 악화시키며 전세계 물가상승세를 부축일 가능성이 크다. 세계경기가 이미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재상승하며 소비심리가 급격히 악화되고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가 금융시장을 다시 뒤흔드는 상황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변동성 감소와 주가 반등 오래가지 못할 듯

연준은 12월부터 금리인상 속도를 늦춤으로써 세계금융시장에 대한 충격을 완화하고 금리 변동성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 국채시장의 유동성 문제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 FOMC회의 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상승하였으나 채권시장 변동성 지표는 하락하였다.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의 변동성 하락은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변동성 하락과 함께 시장 낙관론자들은 이번 주식시장 반등은 폭락으로 마무리한 지난 6월~8월의 반등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낙관론의 근거는 첫째, 미국경제가 이미 둔화되고 있으며 최근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서비스부문도 하향세를 타기 시작했다. 둘째, 소비자물가상승세는 아직 높은 수준이지만 이는 후행지표이고 실시간 지표들은 이미 하락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나타나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임대차비용 역시 10월 신규 아파트 임대차 예비지표는 전달대비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셋째, 지난 6월 5.5%였던 2023년 블룸버그 기대인플레이션이 현재는 2.7%까지 하락하며 기대인플레이션이 급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3/4분기 미국 기업실적은 예상보다 대체적으로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미국 은행들은 예상을 휠씬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였고 미국 가계의 소비지출과 신용도는 금리인상에 전혀 영향받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년간 초호황을 누렸던 일부 IT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을 제외하고 펩시, 코카콜라, P&G 등 미국 대표기업들은 견조한 실적과 함께 희망적인 실적 가이던스를 발표하였다. 낙관론자들은 결국 인플레이션은 곧 하락하며 금리는 정점에 이를 것이고 경기와 기업실적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필자는 이런 낙관론에 동의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주요지표들은 근원 인플레이션이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며 정점을 치고서도 하락세는 매우 천천히 느리게 진행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따라서 연준은 완만한 금리인상을 지속할 수 밖에 없고 최종금리수준은 시장의 예상보다 상당히 높을 것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좀처럼 2% 목표치에 근접하는 않으면서 연준은 정점에 다다른 금리수준을 상당기간 그대로 유지할 수 밖에 없다. 물론, 현재 시장이 예상하고 있는 2024년초 금리인하는 가능해보이지 않는다. 결국 주가 변동성은 다시 상승할 것이고 주가는 하락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달러화 강세는 내년 상반기에도 지속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늘어지며 세계경제에 대한 부담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연준의 금리인상과 보조를 맞추던 호주중앙은행, 영란은행, 캐나다중앙은행 등은 이미 국내경제에 대한 부담으로 금리인상 폭을 하향조정하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연준의 금리인상과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추던 기조를 포기하고 금리차 확대를 용인할 수 밖에 없다. 한국과 호주는 변동금리 위주의 부채구조로 인하여 경제의 금리민감도가 높아 연준의 금리 사이클을 좇아가는 것은 시스템 안정성 때문에 대단히 위험하다. 미국과의 금리차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자국통화의 약세를 동반하기 때문에 수입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장기화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한국은행은 상당기간 동안 환율방어와 금융안정성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결국 금융안정성에 정책우선순위가 두어질 것으로 보여 원/달러 환율상승은 불가피하다. 금리차 확대에 더하여 반도체수출의 부진과 에너지가격 상승으로 인해 악화되고 있는 경상수지가 당분간 크게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원화의 추세적 약세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다. 필자는 원/달러 환율이 달러 당 1,500원 수준에 근접하거나 웃돌 것으로 평가한다.

금리, 외환, 변동성의 삼각고리

연준의 금리정책이 “더 길게 그리고 천천히 더 높게”로 전환되며 금리 변동성은 하락하고 전세계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한 부담은 감소하는 모습이다. 또한 이에 국내외 주식시장은 반등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실제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상당기간 현저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기에 연준은 최근 완화된 금융여건을 다시 긴축으로 몰아갈 수 밖에 없다. 결국, 금리상승, 달러강세 그리고 주가변동성 확대의 삼각고리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