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 창업자인 권혁빈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이사회 의장 / 사진=스마일게이트 제공
스마일게이트 창업자인 권혁빈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이사회 의장 / 사진=스마일게이트 제공
국내 5위 자산가인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의 이혼 소송이 본격화하면서 베일에 가려져 있던 권 CVO의 스마일게이트 설립 과정도 주목받고 있다. 권 CVO는 창업 과정에서 부인인 이 모씨와 공동 창업으로 스마일게이트를 설립했고, 초기 대표이사도 이 모씨가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가정주부? 권 CVO와 스마일게이트 공동창업한 부인
28일 한국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권 CVO는 2002년 5월 결혼한 직후인 6월 스마일게이트(현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를 아내인 이 씨와 공동으로 창업했다. 지분은 권 CVO가 70%, 이 씨가 30%씩 나눠서 보유했다. 이 씨는 창업 초기 대표이사도 맡았다.

권 CVO는 대학교 4학년이었던 1999년 e러닝 기업인 '포씨소프트'를 첫 창업한 후 3년만에 투자자와의 갈등으로 회사를 접었다. 동갑내기이자 대학시절 친구였던 이 씨와는 첫 창업에 실패했던 2002년 5월 혼인했다. 권 CVO가 과거 인터뷰에서 "미국 유학을 고려했지만 아내의 설득으로 스마일게이트를 재창업했고 제 2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게 됐다"고 언급했던 시기다.

권 CVO는 혼인 1개월만인 2002년 6월 서울 방배동 한 오피스텔에 스마일게이트를 함께 창업했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권 CVO가 첫 창업에 실패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자, 사업가 집안으로 여유가 있었던 이 씨 측이 재정적 지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권 CVO도 인터뷰에서 "창업하고 4~5년간 월급을 한 푼도 집에 가져간 적이 없다"며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 씨는 창업 과정에서 2대 주주였을 뿐 아니라 2002년 7월엔 스마일게이트의 대표이사에 올라 경영을 총괄했다. 첫째 딸을 임신하면서 그해 11월 권 CVO에게 대표이사직을 넘겼지만 그 후에도 2005년 12월까지 스마일게이트의 등기이사로 재직하며 경영에 참여해왔다.

이 씨는 출산 이후 스마일게이트를 통한 공익사업을 제안하면서 회사 복귀를 희망했다. 하지만 권 CVO가 수차례 묵살하면서 복귀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씨의 제안으로 시작된 직원 육아지원, 젊은 창업자 지원 등 스마일게이트의 공익활동은 점차 규모를 키워 2012년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 재단 설립으로 이어졌지만, 현재까지 이사장은 권 CVO가 단독으로 맡고 있다.
권혁빈 CVO의 1인 지배구조 구축
스마일게이트는 설립 이후 핸드폰 게임을 만들던 중소 게임사로 명맥을 이어오다 2005년 첫 1인칭 액션게임(FPS)인 '헤드샷 온라인'을 개발했다. 국내 포털인 야후 코리아와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야후코리아가 게임 사업을 접으면서 국내 출시에 실패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이듬해 헤드샷온라인을 전신으로 한 크로스파이어 개발에 착수했지만 게임업계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국내에선 글로벌 게임인 카운터스트라이크, 넥슨의 서든어택 등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며 FPS시장이 포화됐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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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게이트는 결국 시장이 포화된 국내 대신 베트남 시장에 먼저 진출하는 전략을 구상했다. 결과는 적중했다. 베트남 흥행에 힘입어 2008년엔 중국에서도 현지 게임사인 텐센트를 통해 게임을 출시했다. 1년이 채 안돼 전세계 동시접속자수 60만명의 초대박 게임으로 급부상했다. 2007년 매출 8억원의 회사는 이듬해 48억원, 2010년엔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급성장했다.

회사의 성장과 동시에 스마일게이트에선 2대 주주이자 초기 지분 30%를 보유했던 이 씨의 지분은 줄고 권 CVO 1인 체제를 확고히 하는 지배구조 개편이 이어졌다. 2005년 이 씨가 등기이사를 그만두고 가사에 전념했던 시기부터 회사가 궤도에 올랐던 2010년까지 권 CVO의 1인 지배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물밑 작업이 시작됐다. 권 CVO는 수 차례 스마일게이트의 유상증자와 유상감자를 단행해 자신의 회사 지분을 늘리기 시작했다.

2010년엔 자신이 100% 지분을 보유한 특수목적회사(SPC)인 SG홀딩스(현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중심의 지주사전환 절차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조력자는 '텐센트'였다. 대부분의 매출을 중국에서 벌던 권 CVO에겐 현지 퍼블리셔인 텐센트와의 관계에 사업 명운이 달렸던 상황이었다. 2010년 권 CVO는 자신의 지분 일부와 이 씨 몫의 스마일게이트 지분 전량을 텐센트에 매각했다. 업계에선 일방적인 권 CVO의 지분확보 과정에서 공동창업자인 이 씨에겐 이와 관련한 통지 및 상법이 보장한 신주인수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권 CVO는 이후 2년만인 2012년에 텐센트로부터 주식 전량을 다시 인수해왔는 데, 이 때 주체는 SG홀딩스였다. 이를 통해 권 CVO는 100%지분을 개인회사를 통해 계열사를 100% 보유한 지금의 지배구조를 완성하게 됐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당시 스마일게이트의 성장세를 볼 때 텐센트와의 풋옵션 등 일종의 계약이 있었을 것이란 이야기가 파다했다”고 말했다. 스마일게이트 측은 권 CVO의 지배구조 확장 과정에 대해 “모든 프로세스는 적법한 절차에 의해 진행됐다”고 밝혔다.
법원 30% 가처분 인정한 배경으로도
법원은 권 CVO가 보유중인 스마일게이트 그룹의 지주사인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주식 등 재산의 3분의 1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처분신청을 지난 7일 인용했다. 투자업계와 법조계에선 법원이 우선적으로 33.3%의 지분에 대한 가처분을 인용한 데도 초기 창업시점에서 이 씨의 기여를 인정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짙다.

이 씨 측 요구대로 절반 이상의 재산 분할이 성립될지 여부를 두고선 법조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부부가 결혼 후에 창업한 회사를 분할하는 자수성가형 재벌의 첫 이혼 사례인 데다 공동창업자인 권 CVO가 회사 주식 전량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별도 합의가 없었던 점이 재판부에서 인정될 경우 이 씨 측이 절반에 달하는 지분을 분할받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주식에 대한 재산분할이 쟁점이 되었던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나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벌들의 이혼소송 사례와는 달리 두 부부가 결혼 이후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이라는 점에서 법조계에서도 "전례없는 일"이라 입을 모은다.

이은정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이미 이 씨가 20년 혼인기간 동안 전업주부로 가사노동과 육아를 통해 배우자를 내조했더라도 결혼 후에 형성된 재산에 관해서는 절반 수준의 재산분할 기여도를 인정받을 수 있다"며 "여기에 스마일게이트그룹의 공동창업자라는 사실까지 더하면 이론상 이 씨의 재산분할 기여도는 전업주부 이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금, 부동산 등 일반적인 재산과 달리 회사 주식을 분할하는 결정을 두곤 재판부가 신중한 판단을 내릴 것이란 시각도 있다. 재산 분할 규모가 역대 최대규모로 큰 데다 스마일게이트의 성장 과정에서 경영자인 권 CVO 능력이 반영된 점을 재판부가 고려할 것이란 시각이다.

이정현 법률사무소 율평 변호사는 "기업가치가 수백억 이상 심지어 수조원에 달할 정도로 큰 회사의 경우 단순히 배우자의 내조로 회사가 컸다기보단 주식 보유자의 경영 능력과 구성원들의 노력이 반영됐을 것"이라며 "부인이 자본금을 댈 당시 권 CVO에겐 굉장히 중요한 투자금이었는지 부분들이 고려 되겠지만 20년이 지난 데다 회사가 당시 대비 급속히 커진만큼 절반 지분을 내주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권 CVO는 스마일게이트그룹의 주식을 전부 자신이 소유할만큼 결벽적으로 외부에 지분이 희석되는 걸 피해온 인물로 알려져있다. 2011년 VC인 MVP창업투자로부터 한 차례 자금을 받았지만 2년여만에 전부 상환하고 아예 MVP창업투자 지분 전량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텐센트에 내어준 지분도 2년이 채 안돼 모두 찾아오기도 했다. 판교 내 1세대 창업자 중 유일하게 직원에게 주식을 분배하지 않고 100% 독점하고 있는 경영자였지만 재산분할 결과에 따라 권 CVO 1인 주주 체제에서, 2대 주주가 생기는 지배구조 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권 CVO가 주식 대신 현금으로 재산을 분할하면 자금마련을 위해 회사로부터 배당을 받아야하지만, 이 과정에서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할 상황”이라며 “권 CVO 재산 대부분이 주식인 데다 배당을 늘리는 과정에서 회사에 재무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만큼 현물 분배로 소송이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