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왼쪽)·안정환. 사진=연합/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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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중계 어느 방송사 볼 거야?"

4년 만에 다시 즐거운 고민입니다.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이 20일 개막한 가운데 지상파 방송사들은 자존심 건 중계 경쟁에 나섭니다. 박지성, 안정환과 같은 월드컵 레전드부터 구자철, 이승우 등 현역들까지 저마다 화려한 중계진으로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사진=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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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社 3色' 월드컵 중계…'입담 전쟁' 시작됐다

'디펜딩 챔피언' KBS는 국가대표 출신 구자철을 해설위원으로 앞세워 '제2의 이영표 효과'를 노린다는 계획입니다. 구자철은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에서 직접 선수로 뛰어봤다는 점이 최대 강점입니다. 2014년, 2018년 월드컵 본선에서 손흥민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입니다. 이밖에 도쿄 올림픽에서 활약한 조원희, '걸어 다니는 축구 백과사전' 한준희 해설위원도 함께 마이크를 잡을 예정입니다.
사진=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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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는 배성재-박지성 듀오를 다시 투입합니다. 러시아 월드컵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춥니다. 여기에 벤투호 승선이 불발된 이승우가 깜짝 해설위원으로 발탁됐습니다. 지상파 3사 해설위원 가운데 유일한 MZ 세대(밀레니얼+Z세대)로 톡톡 튀는 해설을 기대해볼 만 하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에 영국 프리미어리그 해설 강자인 장지현,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입담을 뽐낸 현영민 해설위원도 합류해 진용을 갖췄습니다.

MBC는 8년 만에 김성주-안정환 콤비를 재가동하며 칼을 갈고 있습니다. 안정환은 3회 연속 월드컵 중계를 맡으며 신문선-차범근을 잇는 스타 해설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박지성과 함께 2002년 월드컵 레전드인 안정환은 직설적이면서도 친근한 표현이 강점으로 꼽힙니다. 제작발표회에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나의 목소리를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해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해설위원 은퇴를 시사하기도 했는데요. 그의 '라스트 댄스'가 어떤 결과를 낼지 주목됩니다.
사진=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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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와 MBC 주가, 4년 전과 다를까

지난 월드컵 기간 지상파 방송사의 주가 성적표는 어땠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월드컵 특수'를 누리지 못했습니다. 가장 최근 대회인 러시아 월드컵 기간(2018년 6월 14일~2018년 7월 15일) SBS 주가는 20% 넘게 떨어졌습니다. iMBC 역시 12% 하락했는데요. 당시에 나온 증권사 보고서를 살펴봤습니다. SBS의 경우 "지상파 시청률의 구조적인 하락세로 광고 사업 수익성이 감소했고,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팀의 초반 부진과 16강 탈락으로 실적 우려가 커진 상황(이베스트투자증권)"이라는 평가가 눈에 띕니다. 또 글로벌 무역 갈등,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맞물리며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SBS 주가는 이번 대회를 단단히 벼르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이미 예열은 되어있는 상태입니다. 이달 7일 연저점(2만7500원)을 찍은 뒤 20% 가까이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반면 iMBC는 다소 분위기가 안 좋은데요. 지난달 12일 52주 최고가(5430원)를 기록한 이후 28% 하락하며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한국팀의 성적을 제외하면 대외적인 상황(무역 갈등·미국 금리인상)은 4년 전과 '닮은 꼴'입니다.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의 16강 진출이 주가 상승의 모멘텀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끄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이 '호재'는 중계 전쟁의 승자가 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연 카타르 월드컵이 막을 내렸을 때 주식 시장에서 웃게 될 방송사는 어디일까요?

박병준 기자 r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