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2인자로 통하는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이 14일(현지시간)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일부 지역 연방은행 총재를 중심으로 제기된 금리 속도 조절론이 Fed 이사진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속도 조절 언급한 Fed 부의장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곧(soon)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쪽으로 가는 게 아마도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Fed 2인자가 ‘곧’이라는 표현을 쓴 만큼 12월 FOMC에서 금리 인상 폭이 0.75%포인트가 아니라 0.5%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Fed 2인자도 금리 인상 '속도조절론' 지지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Fed의 핵심 참고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도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면서 “그렇게 된다면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0일 발표된 10월 CPI는 시장 예측치(7.9%)보다 낮은 7.7%로 집계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인 올해 2월(7.9%)보다도 낮게 나와 긴축 우려가 잦아들며 글로벌 증시가 급등했다.

15일 발표된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동월보다 8% 상승해 시장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0.2% 오르는 데 그쳐 역시 시장 예상치(0.4%)를 밑돌았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속도 조절을 검토하는 이유로 긴축의 누적 효과를 꼽았다. 다만 그는 “누적적인 긴축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여러 분기 정도 걸린다”고 했다.

그동안 금리 속도 조절론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통하는 지역 연방은행 총재들이 주장해왔다. 로리 로건 댈러스연방은행 총재는 10월 CPI 발표 직후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곧 적절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지난달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 총재는 “금리를 너무 급히 올려 경기를 침체에 빠뜨리는 것은 피해야 하며, 이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을 논의할 때가 됐다”고 언급했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연방은행 총재도 “금리가 너무 높으면 기업들이 비관적이 될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이 남아있지만 지금보다 금리를 훨씬 높게 인상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통화정책 전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정말 강조해야 할 점이 있다”며 “우리는 지금까지 많은 일을 했지만 금리 인상과 관련해 아직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더라도 금리 인하로 전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미라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우리가 좀 더 제약적인 영역으로 진입함에 따라 양면적인 리스크가 생길 것”이라며 “그럼에도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Fed의 양대 임무 중 2% 물가 상승률 목표를 달성하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대인플레이션을 목표치(2%) 근처로 고정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14일 나온 기대인플레이션 수치는 일제히 상승했다. 뉴욕연방은행이 발표한 10월 기대인플레이션 조사 결과 미국 소비자들은 1년 뒤 물가 상승률이 전월보다 0.5%포인트 높은 5.9%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3년 및 5년 기대인플레이션율도 각각 3.1%, 2.4%로 한 달 전보다 0.2%포인트씩 상승했다.

긴축 고삐를 풀면 안 된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는 이날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금리 인상이 다음 회의나 그다음 회의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