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락세를 보이면서다. 주요 종목 하락세에 환차손까지 겹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는 분석이다.

13일 원·달러 환율은 1314.13원을 기록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7일 약 한 달 반 만에 1400원대가 깨진 이후, 지난주(7~11일)에만 6.41% 급락했다. ‘차이나 런’에 따라 중화권 증시에서 이탈한 자금이 국내 증시로 몰리면서 달러 공급도 늘어났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의 환손실은 커지고 있다. 지난 한 달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인 테슬라는 이 기간 11.61% 하락했다. 환손실을 고려하면 손실률은 더 커진다.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4위인 ‘다이렉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X ETF’(SOXS)는 52.02% 하락하며 ‘반토막’ 났다. 환손실까지 따지면 손실은 더 불어나게 됐다. SOXS는 미국 반도체지수를 역으로 세 배 추종하는 인버스 상품이다. 아마존과 메타 등 다른 주요 종목도 마찬가지다.

환율이 급락하면서 서학개미들 사이에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경고’가 재조명될 정도다. 이 총재는 지난달 “환율이 정상화됐을 때를 생각하지 않고 해외 주식에 투자하면 상투를 잡을 위험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반대로 달러 인버스 투자자의 수익률은 높아지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 한 달간 ‘TIGER 미국달러선물인버스 2X’를 125억원, ‘KOSEF 미국달러선물인버스 2X’를 10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상품은 같은 기간 각각 17.45%, 17.2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