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긴축에 '돈맥경화'…"현금 많은 자산주 눈여겨볼 시점"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급속한 통화 긴축에 나서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국내에선 금융당국이 ‘50조원+α’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할 정도로 자금시장 경색이 심각한 상황이다. 증권업계에선 현금성 자산이 많은 기업에는 이런 금리 상승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돈줄 막히자 현금 몸값 ‘쑥’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달 20일 연 4.232%까지 뛰었다. 2008년 6월 16일 이후 14년4개월 만의 최고치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으면서 채권 금리도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국내 자금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주식과 채권 가격의 동반 급락으로 일반 회사채 발행은 물론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등이 모두 어려워진 탓이다. 지난달 27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와 3년 만기 회사채(AA- 등급) 금리 간 차이를 나타내는 신용스프레드는 1.37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신용스프레드가 커졌다는 것은 회사채와 같은 크레디트물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의미다.

금리 상승과 자금 경색으로 ‘돈줄’이 막히면서 현금성 자산이 많은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장 유동성이 급한 금융회사들이 현금을 많이 보유한 기업에 먼저 연락해 고금리 상품을 제안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그야말로 현금 많은 기업이 ‘갑’이 된 분위기”라고 말했다.

금리가 오를수록 현금의 기대 수익률은 올라간다. 현금성 자산이 많은 기업은 금리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가치투자 대가인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예를 들어 현금성 자산이 10조원인 기업은 시중금리가 연 1%에서 5%로 4%포인트 오르면 순이익이 4000억원가량 늘어나게 된다”며 “현금 많은 자산주를 눈여겨볼 만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부채 적고 현금 많은 기업은
한국경제신문은 국내 전체 상장사의 시가총액 대비 현금성 자산 및 단기금융상품(2분기 말 별도 기준) 비율을 분석했다. 이 중 부채비율이 100% 이하인 기업을 추려냈다.

국내 사무용 복합기 1위 업체인 의 현금성 자산 비율이 213.6%(지난달 28일 기준)로 가장 높았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3256억원인 데 비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39억원, 단기금융상품은 6515억원에 달한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34배에 불과하다. 국내 대표 가치투자 운용사인 신영자산운용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세원정공(210.1%), (184.2%), 이니텍(169.6%), (165.3%) 순으로 나타났다. 시가총액 1조원 이상 기업 중에는 (110.3%), (66.1%), HMM(65.0%), KCC(63.3%), (52.0%) 등의 현금성 자산 비중이 높았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은 금리 상승기에 이자 비용이 늘어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며 “투자하려는 기업의 현금성 자산과 부채비율 등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