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시대에 채권 투자자가 급격히 늘면서 채권 투자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고액 자산가들이 모인 전통적인 ‘강남 3구’ 대신 용산구가 주요 지역으로 떠올랐다.

30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에서 채권 매수액이 가장 많은 지역은 용산구로 나타났다. 이어 송파구와 서초구가 2, 3위였다. 지난해에는 서초구 송파구 강남구 등 이른바 강남 3구가 1~3위를 순서대로 차지했다.

고액 투자자의 연령과 성별도 지난해와 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강남 3구의 중장년층 여성 투자자가 채권 매수 규모로는 상위 3위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용산에 거주하는 40대 남성이 전년 대비 매수 규모를 세 배 이상 늘리며 상위권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채권 투자가 서울에 쏠리는 현상도 나타났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서울 거주자의 채권 매수금액 비중은 지난해 45% 수준이었으나, 올해 들어서는 87%로 늘어났다. 서울 외 거주자 비중은 55%에서 13%로 쪼그라들었다. 증시 약세로 서울에 거주하는 고액 자산가들이 채권 비중을 대폭 늘린 결과로 분석된다.

채권 투자자의 1인당 평균 투자금액은 지난해 1억400만원 수준에서 올해 5월 기준 1억9700만원으로 늘어났다. 40대의 투자금액이 급격히 증가했다. 40대의 평균투자금액은 지난해 4700만원에서 올해 2억4100만원으로 1년 만에 5.1배가량 늘어났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올해 들어 삼성증권 내 온라인 채권 판매 규모가 지난해 대비 아홉 배 증가하는 등 판매 채널이 다변화하면서 비교적 젊은 투자자가 많이 유입된 결과로 보인다”며 “국내, 해외, 이자 만기별로 다양한 채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주식 투자처럼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신규 고객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