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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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반도체 2위 업체인 SK하이닉스 주가가 2거래일 만에 10% 넘게 급락했다. 업계 1위 삼성전자가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메모리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이달 들어 감산 기대에 힘입어 반등하던 반도체주 주가가 다시 하락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감산 없다" 못박자…하이닉스 털썩

○메모리반도체주 동반 급락

28일 SK하이닉스 주가는 7.33% 하락한 8만3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등락률 기준으로 2020년 3월 18일 이후 2년7개월 만의 최대 하락 폭이다. 이 회사는 전날에도 4.15% 하락했다. 이틀 동안 11.98%나 빠졌다. 시가총액 순위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3위 자리를 내주며 4위로 밀려났다.

메모리반도체 3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도 27일(현지시간) 5.84% 급락했다. 삼성전자는 전날 0.17% 소폭 상승했지만 이날 3.70% 하락했다.

이달 들어 반등하던 메모리반도체 관련주가 일제히 무너진 것은 삼성전자의 감산 기대가 사그라든 탓이다. 앞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키오시아 등은 감산과 투자 축소 계획을 발표했다. 사이클 산업인 메모리반도체는 업황이 악화하더라도 감산과 투자 축소 계획이 나올 때마다 주가가 반등했다. 감산으로 공급물량이 줄어 반도체 가격이 상승 전환하고 이익률도 개선되기 때문이다. 2019년 감산에 나섰던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7.0% 급감했지만 그해 주가는 55.54% 뛰었다. 지난 3분기에도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어닝 쇼크를 기록했지만 감산 계획을 밝히면서 주가가 상승세를 보였다.

미·중 갈등 심화로 국내 반도체 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CNBC에 따르면 이날 앨런 에스테베즈 미국 상무부 차관이 “동맹국과의 협상이 임박해 중국에 대한 반도체 관련 수출이 일부 제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언한 뒤, 아시아 반도체주 주가는 일제히 급락했다.

○“업황 악화 우려…주가는 매력적 구간”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감산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당초 예상보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 폭이 커지고 업황 회복 시기도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오를 순 있지만 그것만으로 주가가 상승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기존에 발표한 감산 및 투자 축소 계획을 철회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메모리반도체 감산은 기본적으로 업체 간에 어느 정도 공조가 필요하다”며 “1위 업체인 삼성전자가 점유율 경쟁에 나서겠다고 한 상황에서 2·3위 업체들만 무작정 감산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주 주가가 내년 1분기에 바닥을 찍고 추세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과거 최저점 배수들의 평균치인 0.95배를 뚫고 내려와 0.88배에 도달했다”며 “최악의 경우 주가가 10~15%가량 추가 하락할 수 있지만 업사이드가 훨씬 큰 만큼 분할 매수할 만한 가격대”라고 조언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