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기대가 퍼지면서 미 달러 강세도 주춤하는 모양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는 26일(현지시간) 전 장보다 1.11% 떨어진 109.7로 마감했다. 지난달 20일 이후 한 달여 만의 최저치다.

Fed가 긴축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되면서 그동안 고공행진하던 달러 가치가 멈칫했다는 해석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Fed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0.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전망은 26일 47.4%에서 27일 0시51분 기준 57.4%로 높아졌지만, 0.7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예상은 50.8%에서 37%로 내려앉았다.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은 “임금, 주택 가격 등에서 미국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을 조짐이 보인다”며 Fed의 피벗(정책 방향 수정)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견을 냈다. 물가가 진정되면 Fed가 공격적인 긴축을 이어갈 유인이 떨어진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 총재가 최근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을 논의할 때가 됐다”고 말한 것도 공격적인 긴축이 끝나가고 있다는 기대가 피어오르는 데 기여했다.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등 주요 통화 가치가 상승한 점도 강(强)달러 진정세에 영향을 미쳤다. 통화·재정정책 간 엇박자에 따른 혼란으로 총리까지 교체된 영국의 파운드화 가치는 향후 정국 안정 기대가 퍼지며 26일 파운드당 1.1625달러로 전 장보다 1.33% 올랐다. 같은 날 유로화 가치도 전 장보다 1.11% 오른 유로당 1.0079달러로 지난달 13일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일본 등의 외환시장 개입도 달러 가치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조단 로체스터 노무라증권 외환전략가는 “일본과 중국 등이 자국 통화 가치 방어를 위해 달러를 팔면서 달러 가치가 약세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