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에서 시작된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의 실적 부진 여파가 월가를 휩쓸었다. 메타가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이 반토막 난 분기 실적을 내놨다. 실적 악화 충격에 메타 주가는 장 마감 후 시간외거래에서 20% 가까이 급락하며 6년 전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투자업계는 빅테크 기업들의 비용 증가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메타, 순이익 52% 급감

26일(현지시간) 메타는 "지난 3분기 매출이 277억달러(약 39조32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290억달러 대비 4% 줄었지만 월가 추정치(274억달러)를 웃도는 실적을 냈다. 문제는 이익이었다. 메타의 3분기 순이익은 43억9500만달러(약 6조2400억원)로 전년 동기(91억9400만달러) 대비 52%나 급감했다. 주당순이익(EPS)도 1.64달러로 월가 추정치(1.90달러) 대비 14% 모자랐다. 메타는 올 4분기 매출 전망치로 312억5000만달러(평균치 기준)를 제시했다. 월가 예상치인 322억달러에 못 미친다.

절반이 깎인 순이익과 저조한 실적 전망에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이날 메타 주가는 장중 5.59% 하락한 뒤 실적 발표 후 시간외거래에서 19.66% 급락한 104.30달러를 기록했다. 2016년 2월 이후 최저치로 올 초(1월 3일) 주가 대비 31% 수준에 불과하다. 메타는 "지난 3분기 평균 광고 단가가 18% 줄었다"며 "가상현실(VR) 헤드셋과 메타버스 사업을 하는 '리얼리티랩' 사업 부문의 3분기 운영 손실도 26억3100만달러에서 36억7200만달러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비용 증가도 예고했다. 메타는 올해 850억~870억달러 수준일 비용 규모가 내년 960억~101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3분기 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19% 늘어난 220억5000만달러(약 31조2800억원)로 집계됐다. 비용이 늘고 수익성이 당분간 나빠지더라도 메타버스 투자에 집중하겠다는 얘기다. 메타는 "리얼리티랩 부문의 영업 손실은 내년에 더 증가할 것"이라며 "2024년부터 장기적으로 수익이 늘어날 수 있도록 리얼리티랩 부문의 투자 속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월가 "빅테크 업계, 비용 줄여야"

월가는 메타의 무리한 투자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날 메타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투자은행인 제프리스의 브렌트 스릴 애널리스트가 "검증된 투자에 비해 실험적인 도박(베팅)이 너무 많다"며 "메타버스와 같은 실험적인 도박이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 이유가 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실험적인 것과 결과가 얼마나 좋게 끝날지를 모르는 것 사이엔 차이가 있다"며 "메타버스 장기 투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큰 수익을 제공할 것"이라고 답했다. 경제전문매체인 CNBC는 "이날 저커버그가 장기 투자에 대해 설명할 때 당혹감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투자자 이탈에 직면했다. 전일 실적을 발표했던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는 26일 주가가 각각 9.6%, 7.7% 떨어졌다.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도 3분기 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 14% 늘었다. 에버코어ISI의 마크 마헤니 애널리스트는 "알파벳이 지난 3분기 내내 공격적인 고용과 투자를 지속했다는 건 놀라운 일"이라며 "알파벳은 고용을 동결하고 사업 확장 계획을 축소해야 했다"고 이날 비판했다.

투자전문매체 마켓워치는 "광고 시장 성장이 둔화하고 경기 침체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월가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메타와 알파벳은 이 신호를 들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날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2.04% 하락한 1만970.99포인트를 기록했다. 27일 애플과 아마존 마저도 저조한 실적을 발표할 경우 기술주 전반에서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