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바닥이라는 이들에게
지금 주가는 충분히 싼가. 필자가 월가의 젊은 애널리스트였을 때의 일이다. 미국 보스턴에 있는 기관투자가들을 방문했다. 한 펀드매니저가 특정 기술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나는 그 회사에 대한 예측을 설명해주고, 투자의견은 ‘매수’라고 했다. 그가 이유를 물었다. 나는 답했다. “주가가 싸기 때문이에요.”

큰 실수였다. 그는 10분간 나에게 호통을 치며 말했다. “주가가 싼지 누가 압니까? 당신은 경기침체를 겪어본 적이 있습니까?” 그는 나를 그의 사무실에서 내쫓기 전 나의 넥타이가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그 이후에 나는 절대 주가가 싸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대신 펀더멘털과 최신 트렌드, 시장의 기대감과 심리에 초점을 둔다.

싼 주식은 언제나 더 싸질 수 있다.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펠로톤, 중고차계의 아마존으로 불렸던 카바나, 미국 주식거래 앱 로빈후드는 모두 최고점에서 80~95% 폭락했다.

마진콜 사태 또 발생할 수도

시장 참여자 모두가 부정적일 때 시장의 바닥이 형성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가 ‘폭풍’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CEO)는 주가가 20%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충분히 부정적인가.

악재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게 문제다. 헤지펀드의 80%가 하락해 투매에 나서고 있다. 단기 금리는 연 5% 이상으로 향하고 있다. 이는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아질 것이란 걸 의미한다. 설상가상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최근 수년간 부채에 레버리지 투자를 하는 파생상품을 늘려온 영국 연기금은 감세안 발표 후 국채 가격 급락으로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이들이 채권을 내다 팔자 금리가 올랐고, 더 많은 매도가 촉발됐다. 이런 ‘재앙(doom loop)’은 영국 중앙은행의 개입으로 적어도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1987년 비슷한 재앙이 주식시장 붕괴를 초래했다.

최근엔 존 폴리 전 펠로톤 CEO가 주가 폭락으로 마진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펠로톤 주가는 주당 162달러 고점으로부터 95% 폭락했다. 우리는 이런 일들이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 아직 모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위터를 인수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테슬라 주식을 팔아야 하는지조차 모른다.

인플레·금리정책 투명해져야

1997년과 1998년 아시아와 러시아의 통화 혼란은 시장을 짓밟았다. 지금도 상황이 비슷하다. 13조달러 이상의 외화 달러 표시 부채가 있다.

시장의 기대가 낮아지는 이 시기에 주식 매수에 나서기는 어렵다. 모든 악재가 노출될 때까지 기다려라. 결국 밈 주식(온라인 입소문으로 투자가 몰리는 주식)을 사는 군중이 투매하고 영원히 주식을 포기하는 ‘항복(capitulation)’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주가를 끌어올렸으므로 바닥도 만들 것이다.

새벽은 항상 가장 어두운 시간 뒤에 온다. 시장은 또 다른 생산적인 자본가들의 물결과 함께 일어설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 전망이 투명해져야 한다. 그때까지는 기억하라. 값싼 주식은 더 싸질 수 있다는 사실을. 펀더멘털에 집중하라.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Stocks Can Always Get Cheaper’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