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흉한 증권사·건설사 상황"…여의도 증권가에 퍼진 '찌라시'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받은글) 롯데캐피탈이 15%에도 기업 어음이 소화가 안된다...지금 시장은 완전히 냉각 상태...A건설, B건설 부도 이야기 나오고, C증권, D증권은 매물로."

지난 19일 금융시장 관계자들 사이서 이 같은 속칭 '찌라시'가 확산됐다. 여의도 증권가는 물론 한국은행과 정부 부처로도 퍼졌다. 한은 관계자들이 시장에 "사실이냐"고 되물을 만큼 일파만파로 번졌다.

하지만 증권사 채권발행시장(DCM) 임직원들은 이에 대해 "자금시장이 얼어붙었다는 것 외에는 맞는 이야기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루머에 흔들릴 만큼 자금시장이 위태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는 시장 관계자들도 적잖았다.

전날 퍼진 찌라시에는 롯데캐피탈이 연 15%대 고금리로 기업어음(CP) 발행에 나섰지만, 실패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계열사인 롯데건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환에 어려움을 겪자 롯데캐피탈도 덩달아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었다는 설명이었다. 이 충격에 증권사와 건설사가 줄줄이 자금난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도 담겼다.

각 증권사 회사채 담당자와 기업 자금 담당자, 한은 관계자들도 이 같은 루머에 의아해하며 진위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롯데캐피탈을 비롯한 시장 관계자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롯데캐피탈은 연 5~6%대로도 순조롭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유동성도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6월 말 기준 현금성자산과 예치금은 총 1조6822억원에 달했다.

롯데건설 자금사정도 안정적이다. 롯데건설의 지난 6월 말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등 포함)은 6000억원에 이른다. 단기차입금은 6091억원으로 대부분 내년에 만기가 도래한다. 올 3분기에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은 수출금융을 제외하면 1800억원가량이다. 단기차입금을 모두 상환할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는 편이다. 여기에 이 회사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다음달 18일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루머에 시장이 흔들린 것은 최근 레고랜드 사태 탓이 컸다. 강원도는 최근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발행한 2050억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지급보증을 철회했다. 그 결과 해당 ABCP는 부도처리됐고 자금시장도 경색됐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휘청인 시장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자금시장 경색이 완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강원도가 최근 지급보증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레고랜드 ABCP 상환을 위해 예산 편성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채권시장안정 펀드 가동을 준비 중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채권 투자자들이 연말에 장부를 결산하고 거래를 마감하는 이른바 ‘북클로징’을 서두르고 있다"며 "정책당국이 서둘러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