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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주 ‘빚투(빚내서 투자)’ 열기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금리 상승세 속 전체 증시의 빚투 규모가 감소하는 것과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신용잔고비율이 높은 테마주는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약 16조4374억원으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 초(23조3284억원)에 비해 30%가량 하락했다. 금리 인상 국면 속 커지는 이자 부담이 원인으로 꼽힌다. 증권사들이 주식 투자자에게 빌려주는 신용융자의 금리는 최고 10%대, 연체 금리는 약 12%까지 올랐다.

치솟는 금리에도 일부 테마주의 빚투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 건설사업관리 회사 한미글로벌의 신용잔고비율은 9.19%로 유가증권시장 4위를 기록했다. 한 달 전(1.41%)보다 6배 넘게 늘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수혜주로 꼽히며 주가가 급등하자 빚투 개미들이 몰렸다는 분석이다. 해당 종목 주가는 지난달 한 달 동안 19.3% 올랐다. 도시가스 테마주 삼천리의 신용잔고비율도 올해 3월 8일 3.45%에서 지난 14일 11.57%로 3배 넘게 늘었다.

코스닥 시장 테마주 빚투도 증가 추세다. 곡물 가격 상승 테마주로 분류되는 물류 기업 선광의 신용잔고비율(12.70%)은 8월에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달 말부터 다시 늘고 있다. 사료 테마주 대주산업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가능성과 함께 주목받으며 이달 신용잔고비율이 올해 처음으로 10%를 돌파했다. 희림(10.29%), 빅텍(9.82%), 디와이피엔에프(9.53%) 등 신용잔고비율 상위 종목들의 빚투 규모도 떨어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빚투가 몰린 테마주의 급락 위험성이 크다는 점이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가 하락 시기 빚투 투자자들은 담보 비율 유지를 위해 주식을 매도해야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신용잔고비율이 높은 종목은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미글로벌과 희림은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방한이 무산됐다는 소식에 이날 13~14%대 급락했다. 12일 급락을 시작한 대주산업 주가는 이날까지 20% 떨어졌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증시는 예기치 못한 악재가 터질 수 있는 불안정한 상황”이라며 “신용잔고비율이 높은 종목에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