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수명 연장·수익률 리스크 감안, 면밀한 인출 계획 세워야"
공공의 자산을 운용하는 기금과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하는 기업은 관련법에 따라 IPS라고 하는 적립금운용계획서 또는 투자정책서를 정기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IPS는 자산운용이 단기적 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사전에 설정한 운용 목적과 원칙대로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자산운용지침’이라고 할 수 있다.

은퇴자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런 자산운용지침과 대응되는 적절한 개념은 무엇일까. 아마도 ‘인출관리지침’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해외에서는 WPS라는 인출계획서를 개인이 작성해 은퇴설계에 활용할 수 있도록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인출 시기에 관리해야 할 재무적 위험과 인출계획 수립 방법을 살펴보자.
인출 시기에 관리해야 할 재무적 위험
생애주기를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면 자산을 적립하는 기간과 인출하는 기간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자산적립기에는 근로소득과 자산운용수익 등을 이용해 자산을 최대한 축적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와 달리 자산인출기에는 경제활동 시기에 모아 놓은 은퇴자산을 은퇴기간에 적절하게 배분해 찾아 쓰는 것에 주된 목적이 있다.

세계적으로 수명 연장에 따라 은퇴기간은 길어지는 추세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최근 40년간 평균 기대수명이 17세 이상 늘어나 2020년 기준 83.5세에 이른다. 은퇴기간 증가에 따라 경제적 생애주기에서 차지하는 인출 시기의 비중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인출과 관련한 재무적 위험을 관리해야 길어지는 은퇴기간을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인출 시기에 관리해야 할 재무적 위험으로는 장수위험, 물가상승 위험, 수익률 시퀀스 리스크가 대표적이다. 장수위험은 말 그대로 오래 살게 돼 처하는 재무적 위험이다. 예상보다 오래 살 가능성이 점점 커짐에 따라 이를 잘 고려하지 않으면 은퇴기간에 대응할 수 있는 노후 준비가 자칫 부족해질 수 있다.

물가 상승 위험은 물가 상승으로 인해 노후소득의 실질가치가 하락하는 데 따른 위험이다. 실질가치 하락으로 인해 동일한 소득으로 소비 가능한 양이 줄어드는 구매력 약화가 초래될 수 있다. 수익률 시퀀스 리스크는 여러 해 동안 자산을 운용하면서 인출을 병행할 때 유의해야 하는 재무적 위험이다. 인출 초기 또는 은퇴기간 전반부에 자산운용손실이 발생하거나 운용수익률이 저조할수록 은퇴자산의 조기 고갈 가능성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물가상승·수명 연장·수익률 리스크 감안, 면밀한 인출 계획 세워야"
바람직한 인출계획의 수립과정
재무적 위험을 잘 관리하면서 효과적으로 인출하려면 면밀한 인출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인출계획은 △은퇴기간 예측 △은퇴기간 중의 주된 재무목표 설정 △가계자산 현황 파악 △활용 가능한 은퇴자산(금융자산 및 부동산자산) 규모 파악 △지출목표 및 인출 스케줄 설정의 단계를 거쳐 수립하는 것이 좋다. 이때 재무목표는 필수지출의 지속가능성, 여가생활을 고려한 지출여력 확보, 유산 상속, 비상시 유동성 확보 등 중에서 우선순위를 고려하거나 중복된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설정된 인출 스케줄은 물가 변동에 대응하는 구매력 유지 방안, 은퇴자산의 인출 순서, 인출기간 중 자산운용에 필요한 투자자산 배분원칙 등을 감안해 적절히 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런 인출계획은 단계별 양식을 갖춘 인출계획서에 명시해 관리하면 은퇴설계의 안정성을 더 높일 수 있다.

박영호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