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다시 약세를 보이면서 원금 손실 위험에 직면한 주가연계증권(ELS)이 속출하고 있다. 증시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ELS 조기상환 규모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들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이후 이달 7일까지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5개 주요 증권사에서 원금 손실 위험이 발생했다고 공지한 ELS가 150개에 달했다.

특히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ELS에서 손실 위험이 대거 발생했다. 삼성증권은 원금 손실 위험이 공지된 ELS 16개 중 9개가, KB증권은 18개 중 10개, NH투자증권은 19개 중 10개가 홍콩 H지수 관련 ELS였다. 다른 증권사들도 H지수 관련 ELS 비중이 컸다.

손실 위험이 발생한 ELS 중 다수는 지난해 11월 H지수가 9200선을 유지할 당시 발행된 상품들이다. 홍콩 H지수는 지난해 11월 9225.81까지 올랐다가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34.1% 빠진 6074.65까지 내려앉았다. 최초 기준가보다 H지수가 30% 이상 하락하면서 녹인 배리어(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주가 기준)를 30%로 잡은 ELS 상품 다수가 손실 위험을 맞이한 것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지수형 ELS의 대표적 기초자산인 H지수가 다수 ELS 상품의 녹인 배리어까지 근접했다”며 “이는 증권사들에 위험 헤지(회피) 비용 부담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증시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ELS의 조기상환 수도 크게 줄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조기상환한 전체 ELS 금액 규모는 50조2756억원이다. 그러나 올해 ELS 조기상환 규모는 9월까지 12조9282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