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7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3분기 어닝 시즌(실적 발표 기간)’이 본격화하고 있다. 금리 상승과 원·달러 환율 급등(원화가치 하락) 등으로 이익 추정치의 하향 조정이 이어지면서 3분기 어닝 시즌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익 전망치가 개선되고 있는 낙폭과대·저평가주를 중심으로 저점 매수 전략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늘 드리운 실적 시즌…車·화학엔 볕드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한 달 새 ‘뚝’

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세 곳 이상이 실적 추정치를 내놓은 상장사 239곳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합계는 50조6284억원으로 집계됐다. 1개월 전 추정치인 53조8985억원에 비해 6.06%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58조7400억원)와 비교하면 13.8% ‘역성장’한 것으로 추정됐다. 3분기 순이익 추정치 합계도 1개월 전 40조5951억원에서 37조7846억원으로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세가 3분기 영업이익 하향 조정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작년 기준 국내 증시에 상장된 제조업체 중 이자수익이 이자비용보다 높은 기업 비중은 28.5%에 불과했다. 금리가 오를수록 이자비용 증가로 제조업체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얘기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은 시차를 두고 기업 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여기에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원자재를 수입하는 소재·산업재 업종은 추가로 부담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3분기 어닝 시즌을 거치면서 올해 전체 영업이익 추정치는 추가로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급격한 이익 악화는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 발표 기간에 개별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큰 폭 하향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며 “만약 EPS가 5%가량 추가 감소한다면 코스피지수 하단은 1950선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

“자동차·화학은 그래도 매출 증가”

전문가들은 전체적인 이익 전망이 낮아진 상황에서는 깜짝 실적 발표 가능성이 있는 ‘저평가주’를 중심으로 한 선별 매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수출주 중에서 ‘마진 개선’ 종목을 골라야 한다고 했다.

삼성증권은 3분기 실적 시즌이 저점 매수 기회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코스피지수의 12개월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이 2020년 코로나 사태 당시인 0.8배 수준으로 떨어진 점 등을 고려하면 낙폭과대주 가운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을 노려볼 만하다는 얘기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개월 동안 영업이익 추정치가 1% 이상 상승한 종목은 61개다. 이 중 연초 대비 주가가 크게 빠지고 전년 대비 실적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은 현대자동차, 화승엔터프라이즈, 현대위아, 현대백화점, 기아, 한세실업 등이 꼽혔다.

현대차는 연초 대비 주가가 16.63% 하락했지만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최근 1개월간 10.1% 늘었다. 화승엔터프라이즈도 연초 대비 주가가 35.42% 빠졌지만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한 달간 9.7% 증가했다. 현대위아(9.5%), 현대백화점(9.1%), 기아(6.8%), 한세실업(6.1%), 롯데정밀화학(5.2%) 등도 실적 추정치가 올랐다.

신한투자증권은 원화 약세로 수혜를 볼 수출주 중에서도 마진이 늘어날 종목을 고르라고 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정보기술(IT) 하드웨어, 화학, 기계장비 업종의 순이익은 각각 3.3%포인트, 2.8%포인트, 1.5%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출 전망치 자체가 흔들리지 않는 업종 중에서도 마진이 개선될 업종을 찾아야 한다”며 “IT하드웨어, 조선, 자동차, 화학은 매출 전망치가 증가 중”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