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재로 첨단 반도체 확보가 차단된 중국 화웨이가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관련 통제를 강화해 중국의 슈퍼컴퓨팅 등 미래기술 개발을 원천부터 흔든다는 계획이다. 애플은 중국 대신 인도 생산을 늘리면서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결별)’은 더욱 가속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웨이, 자회사 통해 반도체 생산
美제재 피해…화웨이, 반도체 직접 만든다
블룸버그통신은 6일 펑신웨이IC제조(PXW)라는 신생 기업이 중국 선전 화웨이 본사 근처에 내년 상반기 생산을 목표로 반도체 제조설비를 건설 중이라고 보도했다. PXW는 화웨이 출신 임원이 설립했으며, 선전 지방정부의 투자를 받아 축구장 30개 규모의 부지를 마련했다.

PXW는 생산만 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다. 2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급 반도체부터 제조할 계획이다. 2~3㎚ 개발에 성공한 삼성전자나 TSMC에 비해 6세대가량 뒤진 기술이다.

하지만 화웨이의 지원 아래 기술력을 빠르게 끌어올릴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PXW는 중국 2위 파운드리 화훙, 대만 2위이자 세계 4위인 UMC 등으로부터 상당수 엔지니어를 스카우트한 것으로 알려졌다.

PXW는 공장을 지으면서 해외 기업의 반도체 장비와 소재를 수입하고 있다. PXW가 사실상 화웨이 계열사라면 미국 정부의 제재를 우회하는 셈이 된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전국은 이에 대해 “PXW와 화웨이 간 관계를 둘러싼 의혹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통신장비 세계 1위, 스마트폰 2위까지 올랐던 중국 대표 기업이다. 미·중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미국의 집중 제재 대상이 됐다. 핵심은 미국의 반도체 기술을 쓰는 기업은 국적을 막론하고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화웨이와 거래할 수 있다는 제재다. 2020년 9월부터 적용됐다.
애플은 인도로 공장 옮겨
애플은 탈중국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닛케이아시아 등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부터 인도에서 에어팟과 비츠 등 일부 제품을 생산하도록 대만 폭스콘, 중국 럭스쉐어 등 협력사들에 요청했다.

애플은 주력 제품인 아이폰13과 아이폰14도 올해부터 인도에서 생산하고 있다. 인도산 아이폰 수출 금액은 올 4~8월 5개월 동안 10억달러(약 1조4100억원)를 돌파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내년 3월까지 1년간 수출액은 25억달러로 이전 1년의 두 배에 달할 전망이다.

애플은 미·중 갈등 고조와 중국의 코로나19 통제 등에 따른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애플이 세계 2위 스마트폰 시장인 인도 공략을 강화하는 동시에 인도를 전략적 생산 거점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은 지난달 중국 항공사로부터 비행기 공급 계약 40건을 취소당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중국은 유럽 에어버스 항공기 구매를 늘리는 한편 자국 기업인 상페이가 개발한 중형 여객기 C919를 공식 승인하는 등 보잉의 입지를 줄여가고 있다.

미국은 개별 기업 또는 제품, 기술별로 적용하던 수출 통제를 반도체 산업 전반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슈퍼컴퓨팅,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부문의 중국 기업은 모두 화웨이 수준의 제재를 받는다. 미국 정부의 승인 없이는 첨단 반도체와 관련 기술, 장비 등을 확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