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간판 전기전자 기업의 주가가 일제히 급등했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두 종목을 최선호주로 꼽고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상향 조정하면서다. 모건스탠리는 한국 전기전자 업종 투자의견도 ‘주의’에서 ‘매력적’으로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경기가 회복세에 들어서면 주가가 하락한 폭보다 큰 폭으로 뛸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의 '변심'…"韓 반도체 사라"

○전기전자 빙하기 끝나간다

5일 SK하이닉스는 4.18% 오른 8만9800원에 마감했다. LG디스플레이는 9.27% 급등하며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1.45% 상승했다.

전날 모건스탠리는 ‘빙하기가 끝나간다’는 48쪽짜리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전기전자 업종 투자의견을 ‘주의’에서 ‘매력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는 작년 8월 반도체 겨울이 오고 있다며 업황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는데, 1년여 만에 전망을 바꾼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아시아 전기전자 최선호주로 SK하이닉스와 대만 TSMC를 꼽았다. SK하이닉스는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조정했다. LG디스플레이 투자의견은 ‘비중축소’에서 ‘비중확대’로 두 단계 높여 잡았다. 모건스탠리는 “SK하이닉스는 목표가 대비 60%의 상승 여력이 있다”며 단기 공포를 신규 매수 기회로 삼으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경기는 반복된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업황이 올해 4분기 바닥을 찍고 내년 2분기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고 있지만 공급 과잉이 해소되는 과정을 통해 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다. 반도체 경기는 항상 똑같은 방식으로 돌아간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는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에 공급이 증가하고, 수요가 정상화될 때 공급 과잉이 발생하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친다”고 강조했다.

주가가 과매도 국면에 접어든 점도 바닥 신호로 분석했다. 반도체 업종의 주가 조정은 5~6개월에 걸쳐 나타나고, 고점 대비 30% 하락하는 과정을 거쳐왔다. 아시아 반도체주는 고점 대비 40% 하락해 추가 하락 여력이 6~15%로 작아졌다는 분석이다.

모건스탠리는 이번 하락장을 넘기면 주가가 장기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도체는 불황을 넘길 때 매출이 급증하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2002년 닷컴버블 당시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은 고점 대비 59% 감소한 이후 2008년까지 199% 늘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50% 감소한 뒤 2018년까지 234% 증가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에는 31% 감소한 뒤 78% 확대됐다.

모건스탠리가 디스플레이를 추천한 것은 업황이 반도체와 같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TV세트, LCD(액정표시장치) 업황은 같이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며 “이들 업종의 회복은 전기전자 회복의 신호탄으로 불린다”고 설명했다.

TV 시장은 제조사들의 공급 감소에 힘입어 이미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언급했다. LG디스플레이 등 소재·부품 납품업체들도 공급 감소 효과를 곧 누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