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미국 내 자회사를 통해 미국 온라인 중고 패션 플랫폼 포쉬마크(Poshmark)의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4일 공시했다.취득금액은 2조3441억원이다. 네이버는 "미국 커머스 시장 진출을 위한 발행회사의 경영권 확보"라고 밝혔다.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지난해 1분기는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개발자 영입 경쟁이 극에 달한 때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 투자를 늘리면서 IT 업체들이 호황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컴퓨터공학과 졸업장과 개발자 경력만 있으면 고액 연봉이 보장됐다. ‘코딩 좀 한다’는 개발자를 데려오려면 연봉 2억원은 줘야 한다는 얘기까지 돌았다.약 1년 반이 지난 지금, 인건비 인상 경쟁은 IT 기업들에 ‘부메랑’이 됐다.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IT 기업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주요 원인으로 ‘급증한 인건비’가 꼽혔다.2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2분기 인건비는 4967억원이다. 지난해 2분기(3881억원)보다 11.7%, 직전 분기인 1분기(4002억원)보다 8.4% 증가한 수치다. 전체 영업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3%에 달한다. 카카오의 인건비 증가세는 더 가파르다. 2분기 인건비는 4262억원으로 전년 동기(3010억원) 대비 41.6% 급증했다. 카카오의 영업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5.8%로 1년 전(25.3%)보다 소폭 늘었다. 게임업체도 상황이 비슷하다. 엔씨소프트의 올 2분기 인건비는 2066억원으로 전체 영업비용(5063억원)의 40.8%를 차지했다. 카카오게임즈는 1분기 인건비로 504억원을 썼다. 전년 동기 대비 95.9% 증가했다.IT 기업의 ‘인건비 폭탄’은 자업자득인 측면이 있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소프트웨어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난해 초 넥슨, 넷마블이 개발자 초봉을 5000만원으로 올렸다. 여기에 크래프톤이 직원 연봉을 2000만원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하며 불이 붙었다.네이버, 카카오 등이 신사업에 뛰어들며 적극적으로 인재 채용에 나선 점도 인건비 상승 원인으로 꼽힌다. 2분기 말 기준 네이버 직원은 4885명으로 1년 전(4235명)보다 15.3% 늘었다. 카카오 직원은 작년 말 기준 3303명으로 1년 만에 20.2% 급증했다.올해 분위기는 정반대다. 네이버가 신규 채용을 계획 대비 30% 줄였고 AI 교육 스타트업 뤼이드 등 유망 스타트업들도 인력 감축 등을 통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묻지마 채용’으로 뽑아온 고연봉 개발자들이 기대만큼의 역할을 못 한다는 지적도 개발자 채용 시장에 악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미국, 캐나다, 러시아, 영국. 삼성·LG·SK·현대자동차 등 국내 4대 그룹이 핵심 인공지능(AI) 연구 기지를 운영 중이거나 구축할 예정인 나라들이다. 이들 기업이 해외에 AI연구소를 두는 것은 연구를 잘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현지 대학 및 기업들과의 네트워크를 탄탄히 해 인재를 영입하겠다는 목적이 오히려 더 크다.29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로봇 AI연구소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4억2400만달러(약 6072억원)가 들어가는 대형 사업이다. 앞으로 이 연구소에서 로봇 AI 분야 신기술과 관련 플랫폼을 개발할 계획이다.LG의 AI 헤드쿼터 격인 LG AI연구원은 지난 3월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에 LG AI 리서치센터를 신설했다. 이를 LG의 글로벌 AI 연구 거점으로 키우고 대학·연구기관과 협력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삼성은 외국 기반 AI 연구센터 여섯 곳을 운영하고 있다. 2018년 1월 미국 실리콘밸리를 시작으로 뉴욕,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몬트리올, 러시아 모스크바 등이다. 지난 6월엔 몬트리올에 둔 AI연구소를 기존 규모 대비 두 배로 확장 이전했다. SK그룹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우스랩스라는 AI 연구개발(R&D) 전문 기업을 두고 있다.이들 기업은 해외 AI 연구소를 인재 영입 전진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외국 주요 국가들은 AI 인력 풀의 단위부터 다르다’는 게 주요 관계자의 설명이다. 2017년 세계 최초로 AI 국가 전략을 시작한 캐나다가 대표적이다. 인구가 국내 75%에 불과하지만 AI 인재 배출 속도는 훨씬 빠르다.국가 정보통신기술(ICT) 연구개발 지출 중 60% 이상이 AI와 관련 있을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어서다. 토론토대를 비롯해 토론토시 일대에서 나오는 박사급 AI 연구자 수만 해도 연간 600명가량이다. 토론토에서 약 100㎞ 떨어진 워털루대, 540㎞ 밖에 있는 몬트리올대 등도 글로벌 AI 인재 양성소로 유명하다. 국내 AI 대학원 여덟 곳에서 매년 배출되는 졸업생 수가 100명이 채 되지 않는 것과 크게 대조적이다.AI연구소를 세우지 않더라도 산학 협력이나 인재 영입의 무대는 이미 글로벌화된 상태다. 지난 23일엔 국내 주요 IT 업체들과 캐나다 대학·연구기관의 AI 협력 발표가 줄줄이 나왔다. SK텔레콤, 네이버,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토론토대와 협력을 벌인다. KT는 벡터연구소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AI 기술 공동 연구를 벌이기로 했다.업계 관계자는 “일부 국가가 AI 인재 양성에 한발 앞서 나가면서 인력과 투자가 몰리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국내 AI 박사 취득자도 처우 등을 이유로 20%가량은 해외로 나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