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올해는 ETF가 국내 증시에 상장된지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21세기 최고의 금융투자상품'이라는 수식어에 맞게 출시 이후 빠르게 성장하며 대표 투자상품으로 자리매김 했는데요.

전문가들은 국내 ETF 시장이 향후 5년 안에 20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박찬휘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1993년 미국 증시에 첫선을 보인 ETF (상장지수펀드).

기존 펀드처럼 분산투자 특성을 지녔지만, 낮은 운용 보수와 주식처럼 거래가 편리하다는 장점에 대표 금융상품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국내에는 2002년 10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 ETF'가 상장되면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당시 삼성투신운용(현 삼성자산운용)에 몸담았던 배재규 현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홍콩 출장에서 ETF를 접하고 가능성을 발견해 국내에 들여온 겁니다.

출시 초기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재정위기 당시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국내 ETF 시장이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변동성 장세 속에 투자자들이 단기 수익을 낼 수 있는 레버리지·인버스 ETF로 몰렸기 때문입니다.

이 기간 여러 유형의 상품이 출시되면서 ETF 시장은 빠르게 커졌습니다.

2007년에는 해외주식형 ETF, 2009년에는 채권형·인버스형 ETF가 등장했으며 이후 테마형, 액티브형 ETF도 출시됐습니다.

국내 ETF 시장 순자산은 지난해 42.1% 증가하며 일본, 중국에 이어 아시아 3위 시장으로 성장했습니다.

자산운용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ETF 시장이 5년 뒤 200조 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말합니다.

[김찬영 / 한국투자신탁운용 디지털ETF마케팅 본부장 : 7조 원이 거래되는 한국 주식 시장에서 3조 원이 ETF 거래량입니다. 전세계서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현

재 잔액 기준으로 76조 원 정도되는 ETF 한국 시장 규모가 5년 뒤인 2027년에는 약 200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최근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ETF 투자까지 활발해지면서 이러한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박찬휘입니다.

<앵커>

증권부 기자와 조금 더 짚어보겠습니다.

주식시장이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주식 거래규모는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상장지수펀드, ETF 시장만은 계속 성장한다는 건가요?

<기자>

상장지수펀드, ETF는 국내외 여러 종목을 한꺼번에 분산해 투자하고, 상승과 하락을 이용해 손실을 만회할 기회가 있기 때문에 거래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또 전세계 긴축으로 인한 충격에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예탁금 규모가 올해 20조원 줄었는데, 이러한 자금이 상당 부분 채권으로 유입됐습니다.

이렇게 빠져나간 자금이 간접투자 상품인 주식형 또는 채권형 ETF로 다시 유입되면서 2012년 14조, 현재 76조원까지 성장하고 있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상장지수펀드는 주식, 채권을 조합해서 상품을 만들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종목이 아니라 기초가 되는 코스피, 코스닥 지수 또는 반도체나 전기차 등 산업을 묶어둔 대표 지수 등 주식을 바탕으로 만들거나, 국고채 혹은 기업체가 발행한 우량채권을 모아 하나의 상자에 담아 거래할 수도 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큰 지수인 코스피200으로 보면 삼성전자와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NAVER 등이 포함된 여러 주식을 하나의 바구니에 담다보니까 그 안에서 어떤 주식은 오르고, 어떤 주식은 하락하게 되는데 이때 손실을 상쇄하고 투자를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게 됩니다.

또 올해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이를 반영한 단기채권이나 AA 등급의 채권을 묶어둔 ETF를 사들이면 시장 하락을 어느 정도는 비껴갈 수가 있는 겁니다.

<앵커>

ETF 거래가 늘면서 순자산만이 작년에만 43% 증가했다고 앞선 리포트에서 나왔습니다.

시장 흐름의 영향이 있음에도 국내 ETF 거래가 그만큼 활발하다는 의미일텐데, 어느 정도 규모인 겁니까?

<기자>

올해 우리나라 ETF의 평균 거래대금은 하루에만 3조원, 미국(1.5조 달러)과 일본(97억 달러)에 이어 전 세계 3위 규모입니다.



ETF 거래대금은 코로나 이전인 2018년과 2019년 1조 4천억원 수준이던 것이 팬데믹 기간 3조 8천억원, 최근 시장이 하락장을 겪고 있음에도 3조원 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코스피 전체 거래량과 비교해도 지난 7월엔 약 43%, 8월엔 39%를 차지할 만큼 직접 주식을 거래하는 못지 않게 ETF를 활용한 투자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국내 ETF 시장은 2002년 10월 14일 4개 종목, 순자산총액 3,552억원으로 시작해, 지난 27일 기준 622개 종목, 76조 6850억원으로 성장했습니다.

ETF는 성장기를 두 구간으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2008년 금융위기 직후 공모펀드가 크게 위축되면서 이를 대체할 수단으로 자리를 잡았고, 이번 팬데믹 기간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해외주식, 성장주를 여러 형태로 거래할 수 있게 선보이면서 시장이 계속 성장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ETF는 삼성자산운용이 KODEX200을 국내에 처음 선보인 2000년대 초만 해도 기관들이 대규모 자금을 안정적으로, 낮은 수수료로 굴리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져왔습니다. 그러다 공모펀드보다 거래가 간편하고, 주식, 채권 혹은 하락을 역이용하는 인버스나, 선물을 활용한 거래까지 가능한 장점이 알려지면서 거래량이 부쩍 늘어난 상태입니다.

<앵커>

요즘은 펀드가 아니라 ETF가 정말 편리한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시장 규모가 이렇게 크다보니 이를 잡기 위해서 자산운용사들 경쟁도 치열하겠군요.

<기자>

국내 상장지수펀드 시장을 두고 대형 자산운용사들의 경쟁을 살펴보면 지금 어디에 자금이 몰리는지도 어느정도 파악이 가능합니다.

본래 국내 ETF시장은 KODEX200, KODEX레버리지 등 코스피200을 기반으로 기관 자금을 쥐고 있는 삼성자산운용이 견고한 1위를 지키고 있던 자리입니다.



국내 ETF 전체 순자산 순위에서도 최근 주가가 하락했음에도 KODEX200은 4조8천억원대로 가장 큰 규모의 펀드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기관자금을 중심으로 레버리지와 인버스 등 단기 베팅하는 상품을 포함하면 기본적으로 10조원 정도를 매일 움직이고 있는 겁니다.

이 덕분에 하루 거래대금으로 보면 삼성자산운용의 ETF가 매일 1조 7천억원으로 전체 거래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5천700억원 정도로 국내 시장에서 삼성자산운용 상품을 이용한 투자가 더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후발주자로 2006년에 처음 상품을 선보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가 아니라 해외 시장을 겨냥해 집중적으로 상품을 선보이는 방식으로 시장흐름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작년과 올해에만 30개 가량의 상품을 선보였는데 마침 2~3년간 개인들의 해외 투자수요와 맞물려 거래가 크게 늘어난 겁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ETF(TIGER 미국나스닥100)와 S&P500지수를 추종하는 ETF(TIGER 미국S&P500)를 국내에서 최초로 출시했고, 테마형 상품 중에 개별 펀드 가운데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는 시장 트렌드를 선점한 효과 덕분에 국내 2위 ETF로 올라있습니다

또 191개의 해외 ETF 가운데 200억 원 이상이 유입된 상품으로 보면 TIGER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312억 원), TIGER나스닥100(279억 원), TIGER미국S&P500(224억 원) 등 모두가 미국 증시의 상승에 베팅한 상품이라는 특징도 나타납니다.

미래에셋운용은 이런 전략을 바탕으로 지난해말 ETF 순자산 26조원대에서 29조원 내외로 몸집을 급격히 불린 반면 같은 삼성자산운용은 31조4천억원에서 32조141억원으로 6천억원 가량 증가한 것에 그쳤습니다. 이미 비중이 가장 높은 주식형 ETF에서는 미래에셋운용의 주식형 ETF 순자산은 17조5천억, 삼성운용 16조3천억으로 순위가 바뀌어 있다보니 언제든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상황입니다.



삼성자산운용은 강점인 국내시장을 기반으로 자금을 지키고, 흡수하기 위해 채권형 ETF, 월배당 ETF를 전략적으로 내놓고 시장을 수성하고 있습니다.



올해 삼성운용이 KOFR 한국 무위험 시장금리를 바탕으로 선보인 KOFR ETF는 채권에 투자하려는 대형 기관과 개인 스마트 머니가 유입되면서 5개월 만에 3조원의 자금을 모은 기록을 쓴 상태입니다.

두 대형 운용사간 격차가 2조원 수준이다보니까 전략적으로 국내 시장 혹은 채권, 해외 테마 등으로 시장을 양분하려는 전략이 읽히는 대목입니다.

<앵커>

큰 운용사가 맡아 자금을 굴려준다면 안정성은 높아질테지만 시장 다양성은 오히려 해치는 것 아닌가요?

경쟁이 있어야 투지자들의 선택지가 더 다양해야 할텐데, 다른 운용사들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기자>

두 대형 운용사들이 주도하는 시장이지만, 중견 운용사들은 아직 남아있는 테마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개인들의 직접투자가 증가하고, 사모펀드는 정부 규제가 강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자산운용사들은 마땅한 수익원을 확보하기 힘든 시기에 있습니다.



올해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2분기 자산운용사 영업실적에서 380개 회사, 당기순익 작년보다 72% 감소하는 역성장 기록 중이고, 전체의 61%인 234개 운용사가 적자를 낼 만큼 시장 환경 녹록치 않습니다.

운용업계 전반적으로 부진한 거래에 직면해 있다보니까 미래에셋과 삼성을 포함한 주요 13개 운용사 중에서도 전년 동기대비 순익이 증가한 회사는 4곳에 불과할 정도입니다.

때문에 자산운용사들은 앞으로 100조 이상 성장할 수 있는 ETF 시장에서 점유율 싸움을 벌여야 생존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는 겁니다.



이러한 시장을 겨냥한 운용사로 보면 순자산 기준으로 KB자산운용(5.6조), 한국투자신탁(3.1조), 키움자산운용(1.9조), 한화자산운용(1.2조)의 물밑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KB자산운용은 5조원 규모 ETF를 운용하는데 대부분 단기통안채, KIS종합채권 액티브, 국고채3년선물인버스 등 채권형 상품이 주를 이룹니다. 최근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미리 선점한 채권형으로 점유율을 늘리고 있습니다.

순자산 규모에서는 밀리지만 우리나라 펀드업계 중 가장 오래 살아남은 한국투자신탁은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아예 브랜드명까지 바꾸고 ETF 트렌드 선점에 나섰습니다.

한화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등은 후발주자임에도 트렌드에 맞는 지수를 미리 선점하는 방식으로 틈새 시장을 노린 운용사들입니다. 한화자산운용은 미국대체투자, 글로벌희토류, 글로벌수소&차세대연료전지, 우주항공&UAM 등을 최초로 선보였고, NH아문디자산운용은 K-팝 ETF, 골프 테마 등으로 젊은 층에 인지도가 높은 테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시장 상황이 크게 꺾이다 보니 수익률면에서는 부진한 것도 사실입니다. ETF 상위 수익률 상품들은 시장 전체가 하락하거나 달러화 강세에 기댄 투자가 대부분일 정도이기 때문에 실제 거래규모에 비해 중견 운용사들이 입지를 넓히기엔 한계도 있습니다.

ETF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투자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지만, 하락장에 대응하기 위한 저변동성, 고배당, 채권형 상품 위주로 거래가 늘면서 대형 운용사 중심의 시장 쏠림 현상도 심화될 전망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김종학 기자·박찬휘 기자 jhkim@wowtv.co.kr
대세는 ETF…200조 시장 확보 전쟁 [심층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