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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따라잡기

11월 '자이언트 스텝'에 이어 12월 '빅 스텝' 예상
美 Fed 인플레 억제 예상…노동시장·기업 실적 추정치 중요
"실적 추정치 하향 끝나야, 증시 바닥권 형성할 듯"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긴축 행보로 그간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유동성 잔치'가 막을 내렸다. 주식시장은 좀처럼 '진바닥'을 보이지 않고 빠르게 저점을 낮추고 있다. 시장에선 올해 연말까지 증시가 조정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리포트를 통해 증시가 바닥을 형성하기 위해선 5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4분기 주식 투자와 관련해선 고려할 부분이 많다면서도, 아래 5가지 조건을 충족할 경우 내년 상반기에 투자 기회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BoA는 내년으로 갈수록 일시적으로 급등락 품목을 제외한 '코어 인플레이션'이 미 Fed 목표치에 도달할 것으로 봤다. 오는 11월 Fed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결정이 유력한데다가 12월 빅 스텝(0.50%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또 Fed가 내년 2~3월에도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내년 미국의 기준금리는 4.75%~5.0% 범위가 된다. BoA는 미 Fed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 상승을 억제할 것으로 본 것이다.

BoA는 증시가 강세장으로 가기 위해선 미국의 노동시장 여건도 중요하다고 봤다. 아직까진 노동시장이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주요 기업들이 채용을 동결하고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하는 등 일부 냉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BoA는 향후 몇 개월 내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닐라드리 무케르지 포트폴리오 전략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속적인 실업수당 청구 증가는 위험 자산에 대한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환경을 더할 것"이라면서도 "노동시장의 수급 불균형 조정이 끝날 경우 주식시장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BoA는 증시가 강세장으로 가기 위해선 미국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 하향도 끝나야 한다고 설명한다. 최근 기업들의 실적 전망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3분기 기업들의 컨센서스 추정치는 6월 30일부터 8월 31일까지 평균 5.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주식시장이 아직 실적 하향 움직임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닐라드리 무케르지는 "주식 수익률은 향후 몇 달간 실적 추정치 하향으로 인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만 실적 추정치가 안정화되고, 상승세를 보일 경우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BoA는 새로운 강세장이 시작되기 위해서는 미국 달러화도 약세로 돌아서야 한다고 봤다. BoA는 당분간은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에서 달러는 '안전한 피난처'라는 인식 때문이다. 최근 달러 가치는 공격적인 긴축 정책과 글로벌 경기둔화, 지정학적 긴장감, 위험 회피 심리로 인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강달러 추세가 꺾이기 위해선 미 Fed의 긴축 사이클 종료, 경기 선행 지표의 안정화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BoA는 마지막으로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VIX)가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치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나 코로나19 팬데믹 등과 같은 위기국면에서도 VIX 지수가 일시적으로 높아진 이후에야 주식시장이 바닥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VIX는 올해 3월 35로 최고치에 도달했다가 현재는 27까지 낮아진 상태다. BoA는 과거 사례에 비춰볼때 VIX가 최소 40은 넘어야 주식시장이 바닥을 찍고 반등했다고 덧붙였다.

증시 전망과 관련해선 올 연말까진 조정이 이어지겠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투자 기회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BoA는 계절적으로 주식시장의 비수기인 9월과 10월에는 투자보단 추이를 지켜보는 것을 조언하면서도, 올해 말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 하향이 끝나는 시점부터는 투자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닐라드리 무케르지는 "향후 Fed는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성장의 균형을 맞출 것으로 보임에 따라 내년 상반기에 투자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올해 말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가 재설정되면 다시 투자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