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퍼블릭 골프장인 인천 스카이72(72홀)를 둘러싼 영업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2020년 말 이미 15년 토지임대차계약이 만료된 스카이72 측이 2년째 퇴거에 불응하고 있는 가운데, 골프장 소유주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스카이72 측을 상대로 제기한 부동산 인도 소송이 대법원에서조차 정해진 기간에 결론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사는 앞서 2020년 말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재입찰을 통해 KMH신라레저를 새로운 골프장 운영사로 선정했다.
○나가라 VS 못 나간다 ‘극한 대립’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공사가 스카이72를 상대로 낸 부동산 인도 소송 상고심을 심리불속행 결정 기한인 이달 24일까지 처리하지 않았다. 대법원이 ‘간이 판결’ 성격의 심리불속행 기각을 하지 않으면서 소송의 최종 승자가 시간이 더 필요한 대법원 정식 심리를 통해 가려지게 된 것이다.
大法은 판단 미루고, 검찰은 재수사…끝 안보이는 스카이72 분쟁
스카이72는 2005년부터 공사 소유의 영종도 부지를 빌려 골프장을 운영해왔다. 계약 기간은 ‘제5활주로 조성사업’이 시작되기 직전인 2020년 말까지였다. 하지만 5활주로가 국제 공항 수요 감소 등을 이유로 착공 계획이 차일피일 미뤄진 상황에서 공사가 재입찰을 강행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협약에 명시된 대로 ‘조건 없이 방을 빼라’는 게 공사의 입장. 하지만 스카이72는 ‘기존 협약은 5활주로 건설이 시작될 경우를 전제로 퇴거하겠다는 것인데다 재입찰 자체도 위법인 만큼 나갈 수 없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갯벌을 골프장으로 바꿔 토지 가치를 높인 ‘지상물 유익비’ 1850억원을 공사가 보상해줘야 골프장을 비울 수 있다는 게 스카이72의 주장이다.

공사는 스카이72가 이미 골프장 조성을 위한 투자금(26ㅃ00억원가량)을 운영 이익으로 충분히 회수했으며, 기존 협약은 민간투자법상 공법인 수도권신공항건설촉진법에 따른 ‘BOT(Build Operate-Transfer·조성 및 운영 후 인도) 계약’의 성격인 만큼 스카이72 측이 잔디 코스 등을 그대로 넘겨주고 조건 없이 골프장을 떠나는 게 옳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갈등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공사는 2021년 4월 골프장에 공급되는 전기와 수도를 차단했고, 이에 스카이72는 김경욱 인국공 사장과 임직원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한숨 돌린 스카이72
분쟁의 승기는 초반 인천국제공항이 쥐는 듯했다. 부동산 명도 소송 1·2심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남은 건 대법까지 간 부동산 명도소송. 그런데 대법원 상황이 막판에 뒤집히면서 분위기가 스카이72 쪽으로 다시 기우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심리불속행 결정이 났다면 스카이72는 당장 골프장을 비워주고 나가야 할 상황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스카이72가 일단 숨을 돌리고 시간을 벌게 됐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입찰 경쟁과 관련해 별도로 불거진 제3자와의 법적 분쟁에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2월 공사의 재입찰이 ‘문제없다’고 결론 냈던 감사원은 최근 이 감사 과정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여기에 스카이72 측이 공사 임직원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방해 고발과 2020년 입찰에서 KMH신라레저(1위)와 골프존(2위)에 밀려 3위를 한 써미트 측이 공사 전·현직 임직원을 상대로 낸 배임 혐의 고발 건에 대해 검찰은 최근 재수사에 나섰다.
○입찰 특혜 의혹 다시 불거져
‘계약 자체가 정치적 특혜이므로 원천무효’라고 주장해온 써미트와 스카이72 등이 제기해온 의혹은 크게 세 가지다.

법조계에 따르면 KMH와 공항 간 맺은 계약에서 ‘계약 종료 시 KMH가 조성한 시설물을 공사가 공정가액으로 인수한다’는 8조6항, ‘영업수익에 현저한 변동이 있다면 상호 합의에 따라 임대료를 조정할 수 있다’는 9조8항, ‘계약이 중도 해지되고 신규 계약자가 운영할 경우 공사가 이에 적극 협조한다’는 39조1항이 문제로 꼽힌다. 공사가 옛 임차인인 스카이72엔 ‘골프장을 무조건 비우라’면서, 새 사업자에겐 임대료와 시설물에 대한 각종 비용과 투자이익을 보전해주겠다고 약속하고, 중도에 투자비도 회수할 수 있는 ‘엑싯(exit)’ 기회까지 열어준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공사 관계자는 “8조와 39조는 부동산 임대차 계약상의 일반조항이고, 9조8항은 공공기관이 리스크를 위탁사와 나눠지도록 한 공정위원회 권고 등을 따른 결과”라고 반박하고 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