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한화솔루션 SK하이닉스 등이 투자 계획을 줄줄이 백지화했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3고(高)’ 바람이 불어닥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자금조달 비용이 치솟은 탓이다. 기업을 둘러싼 투자 환경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 투자계획을 접는 기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3高에 결국…현대오일뱅크 3600억 투자 철회
한화·SK도 설비투자 보류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충남 서산 대산공장에 3600억원을 들여 추진했던 원유정제설비(CDU)·감압증류기(VDU) 설비 투자를 전격 중단했다고 공시했다. CDU·VDU는 원유를 끓여 휘발유·경유·중질경유 등의 정제유를 생산하는 핵심 설비다.

이 회사는 2019년 이들 설비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하자 투자 시점을 차일피일 미뤄오다 이번에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폭등하면서 공사를 이어가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며 “수익성도 갈수록 나빠지는 데다 앞으로 원자재 시장을 합리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워진 것도 투자를 접은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

한화솔루션도 1600억원을 들이는 질산유도품(DNT) 생산 공장 설립 계획을 접는다고 지난 7일 전격 발표했다. DNT는 가구 내장재·자동차 시트용 폴리우레탄 원료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각종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투자비가 예상 수준을 웃돌았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자재 조달 여건도 나빠져 투자를 철회한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 6월 충북 청주 M17 반도체 공장 증설을 보류했다. 반도체 메모리 시장이 침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데다 물가가 치솟으면서 투자비가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다.

인수합병(M&A) 작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전날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인수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5월 IFC를 4조1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치솟는 금리로 인수대금을 조달하는 데 난항을 겪자 인수 절차를 중단했다.
금리 세 배 급등·환율 1400원 돌파
기업들이 투자를 접는 것은 경영환경을 둘러싸고 있는 금리, 환율, 물가가 나란히 급등세를 보인 탓이다. 우량 기업 조달금리인 회사채 AA-등급 금리(무보증 3년 만기 기준)는 이날 0.22%포인트 내린 연 5.308%에 마감했다.

최근 급등에 따라 한 박자 쉬어가는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연 5%대를 웃돈다. 전날에는 연 5.528%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작년 최저치(2021년 8월 19일·연 1.790%)와 비교하면 13개월 만에 금리가 세 배 이상 높아졌다.

이처럼 금리 급등으로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면서 투자 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전날 환율은 22원 오른 1431원30전에 마감했다. 이날은 9원80전 내린 1421원50전에 마감했지만, 여전히 1400원을 웃돌고 있다. 환율이 뛰면 원화로 환산한 원자재 도입 비용이 상승한다. 설비와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들은 재무상 부담이 커진다.

3고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기업들의 체감 경기도 냉각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집계한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89.6으로 집계됐다. BSI가 100보다 낮으면 전달보다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기대한다는 뜻이다. 이 지수는 9월 95.8에서 한 달 만에 80선으로 주저앉았다. 기업 체감경기가 악화하면서 투자를 더욱 줄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