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약세 되돌릴 재료 안 보여…연말까지 상승할 듯"
26일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20원 넘게 급등하며 13년 반 만에 1,430원대까지 오른 채 마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22.0원 오른 달러당 1,431.3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9.7원 오른 1,419.0원에 개장하자마자 1,420원대에 진입한 데 이어 오후 1시 10분을 지나면서 1,430원까지 돌파했다.

2009년 3월 17일(고가 기준 1,436.0원) 이후 13년 6개월여 만이다.

이처럼 '빅 피겨'(큰 자릿수)를 깨고 나면 고점에 대한 부담 등으로 통상 반락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꺾이지 않고 지속해서 우상향하며 고점 경신 행진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오후에는 1,434.8원까지 오르면서 2거래일 전 기록한 종전 연고점(고가 기준 1,413.4원)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이제 목전에 둔 직전 최고치는 2009년 3월 16일 장중 기록한 1,488.0원이 됐다.

이날 최대 상승 폭은 25.5원이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한 번 더 기준금리를 0.75%포인트를 인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우세한 가운데 영국의 파운드화 급락까지 더해지면서 달러가 초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은 연준이 올해 남은 두 차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0.50%포인트씩 총 1.25%포인트를 더 올린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대표적인 달러 강세 요인이다.

여기다 지난 주말 영국 정부가 약 70조원 규모의 감세 정책을 내놓으면서 시장의 불안을 자극하고 파운드화 가치를 끌어내린 점도 달러를 밀어 올렸다.

영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법인세 인상 계획을 철폐하고 소득세 최고세율을 5%포인트 인하한다는 등의 방안을 발표했는데, 시장은 줄어드는 세수를 메울 방안은 없었다는 데에 주목하며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에 1파운드 가치는 한때 1.06달러를 기록하며 약 4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몰렸다.

동시에 유럽의 에너지 수급 위기와 중국의 도시 봉쇄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에 달러당 유로화와 중국 위안화 가치가 각각 1.04유로, 7.16위안대까지 올랐다.

이들 통화로 사는 달러 값이 그만큼 비싸졌다는 뜻이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2002년 5월 말 이후 약 20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원화가 강달러 재료로 촘촘히 포위된 상황에서 연말까지 약세 흐름을 되돌리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원은 "10월 중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지만, 연준의 긴축 속도에 쫓아갈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아 보인다"라면서 "당국의 미세조정, 그리고 이에 대한 경계심이 환율 상승 속도를 늦출 수는 있겠지만 올해 남은 2∼3개월 안에 흐름 자체를 바꾸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상승 속도를 보면 단기적으로 10월까지만 봐도 1,450원을 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연준의 기조가 확연히 바뀌거나 미국 물가 상승률이 눈에 띄는 속도로 꺾이지 않는다면 환율 상승세는 지속돼 1,500원까지도 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1,500원마저 안전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이제는 상단 제시 의미가 없는 수준이 됐다.

오늘과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 이번 주 안에도 1,500원 돌파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고점이 1,597원인데, 이 수준도 안전하다고 보지는 않는다"라고 예상했다.

이어 "대외 여건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나, 주요 20개 통화와 비교해도 원화의 약세는 상당히 심각하다"라면서 "당국의 메시지가 이전과 유사한 수준에 그치면서 경계감을 떨어뜨린 점도 원화가 최근 환율 상승기에 유독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라고 진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