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금융정보회사 직원이 삼성전자 주가를 체크하고 있다. 사진=허문찬 기자
한 금융정보회사 직원이 삼성전자 주가를 체크하고 있다. 사진=허문찬 기자
주식시장이 급락세를 이어가면서 개미들이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힘든 것은 삼성전자 펜트하우스에 입주한 96층 개미들입니다. 96층 개미들은 “평생 본전 탈출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며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23일 삼성전자는 0.18% 오른 5만4500원에 마감했습니다. 개미들 집중 매수 구간인 8만5000원 대비 35% 떨어졌습니다.

대부분의 개미들이 희망을 붙잡고 있지만 96층 매수자들은 구조대가 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한 삼성전자 주주는 “물을 계속 타고 있지만 밑빠진 한강물에 물을 붓는 느낌”이라고 했습니다.
사진=박의명 기자
사진=박의명 기자
손실을 복구하는 것은 수익을 내는 것보다 몇 배로 힘듭니다. 삼성전자 주가는 9만6800원 최고점 대비 43%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현재 5만4500원인 주가가 9만6300원에 도달하려면 하락폭의 두 배에 달하는 76%가 올라야 합니다.

96층 입주자 대부분은 ‘포모증후군(Fear of Missing Out)’에 빠졌던 개미들입니다. 삼성전자가 10만원을 돌파한다는 소식에 뒤늦게 추격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주가가 고점에서 급락하면서 손을 쓸수도 없는 상황에 빠졌습니다.

개미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전문가들이 삼성전자가 10만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입을 모아 얘기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주가가 9만6000원을 찍었던 작년 1월 증권사 대부분 목표주가를 10만원~12만원으로 제시했습니다.
2021년 1월 당시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목표주가. 사진=와이즈리포트
2021년 1월 당시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목표주가. 사진=와이즈리포트
개미들의 잘못된 투자 습관이 손실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종목을 발굴하려는 노력 없이 1등주라는 이유만으로 삼성전자를 매수했다는 것입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대표주를 산다고 모두가 돈을 벌면 세상에는 억만장자가 넘쳐날 것”이라고 했습니다.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전망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메모리 시장은 5월 고점 대비 50% 급감했는데, 이는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비교해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라고 했습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비메모리 반도체에서는 TSMC가 독주체제를 굳혀가고 있고, 스마트폰은 중국 업체들에 추격당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라는 기업 자체에 믿음을 거는 수밖에 없습니다. 위기 때마다 돌파구를 찾으며 기억을 이뤄냈던 저력을 믿는 것입니다.
삼성전자 월봉 차트. 사진=키움증권
삼성전자 월봉 차트. 사진=키움증권
삼성전자의 장기 차트를 보면 극복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월봉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60월 이동평균선에서 항상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10년 추세선을 보여주는 120월선까지 주가가 하락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가 유일합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추가 하락이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다만 경기 침체가 금융위기로 발전한다면 120월선 부근까지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120월선은 4만5000원 부근에 형성돼 있습니다.
여의도 증권가 소식과 개미들 이야기를 다룬 <불개미 구조대>는 매주 토요일 연재됩니다. 아래 기자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