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리더의 시각
홍지환 NH투자증권 연구위원


2022년 연초부터 8월 말까지 글로벌 리츠 지수는 -18.62%의 부진한 총 수익률을 기록했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이 맞물리며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동안 싱가포르 리츠는 연초 대비 -2.61%의 총 수익률을 내며 글로벌 리츠 지수 대비 아웃퍼폼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2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질 때, 정부 지원 및 차별적인 부동산 수급 환경을 바탕으로 싱가포르 리츠는 글로벌 리츠 대비 우수한 성과를 기록해왔다.

올해 싱가포르 리츠가 아웃퍼폼하고 있다는 사실도 과거 추이와 일치한다. 싱가포르 리츠가 기록해온 견조한 성과의 근거와 향후 싱가포르 상업용 시장 방향성을 가늠해보기 위해 4박 5일간 싱가포르 리츠 11개 종목 탐방과 사이트 투어를 진행했다.

결론적으로 싱가포르 리츠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유지한다. 과거 경기침체 및 둔화기에 뛰어난 성과를 내온 점, 상업용 부동산 공급 부담이 없는 점을 고려했을 때 향후 견조한 성과를 낼 것으로 전망이다. 싱가포르 리츠 중에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종목보다 싱가포르 오피스, 리테일 부동산에 집중하는 Pure-player 리츠에 투자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마켓PRO] 작아서 매력적인 싱가포르 리츠 시장에 주목하자
싱가포르 리츠의 특징: 1) 정부 관계기관 앵커 비중이 높은 싱가포르 리츠

싱가포르 리츠 시장은 국부펀드 및 정부 관계기관이 앵커(스폰서) 역할을 하는 리츠 종목의 비중이 높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Temasek(규모 약 400조원)은 CapitaLand, Mapletree, Keppel과 같은 대형 싱가포르 개발업체들의 최대 주주인 동시에 각 업체가 관리하는 개별 리츠 종목의 직접/간접 투자자다.

앵커는 자회사로 보유한 자산관리회사를 통해 리츠를 관리/운용하고, 보유 자산을 리츠로 주입해 성장의 발판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1) 정부 관계기관의 브랜드 파워와 신뢰도를 바탕으로 싱가포르 리츠는 자본 조달(유상증자, 차입, 회사채 발행) 비용을 낮출 수 있다. 2) 또한 앵커의 개발 파이프라인을 통해 비유기적 성장이 가능하고 정부가 계획한 부동산 개발 및 재개발 프로젝트에 효과적으로 자금을 투자할 수 있다.
[마켓PRO] 작아서 매력적인 싱가포르 리츠 시장에 주목하자
싱가포르 리츠의 특징: 2) 정부의 토지를 빌려쓰는 싱가포르 리츠

1960년대 싱가포르 정부는 이미 국토의 약 80%를 국유화해 소유하고 있으며 SLA(Singapore Land Authority)가 토지 소유권을 관리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부동산을 개발하기 위해선 정부로부터 토지를 임대해야 하며 현재 리츠가 보유한 싱가포르 부동산은 대부분 리스홀드 구조다. 리스홀드(Leasehold)는 건물 소유권만 보유하며 토지는 소유하지 않는 형태를 의미한다.

토지와 건물을 함께 소유하는 프리홀드(Freehold)가 일반적인 다른 국가 대비 제한된 기간 내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고, 토지 가격 상승에 따른 수혜를 누리지 못하기 때문에 싱가포르 부동산의 수익률(Cap Rate, 자본환원율)은 높은 편이다. 싱가포르 리츠 또한 이러한 이유로 글로벌 리츠 대비 높은 시가 배당수익률로 거래되어왔다.

싱가포르 리츠의 특징: 3) 위탁관리리츠의 한계 극복 위해, 지배구조 강화

싱가포르 리츠는 위탁관리리츠이기 때문에 설립 초기부터 이해 상충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앵커가 부동산을 리츠에 공급하는 주체인 동시에 자산관리회사(앵커의 자회사)를 통해 자산 운용 전반을 관리하기 때문에 리츠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싱가포르 정부와 리츠는 경영진과 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기 위해 여러 장치를 도입했다.

먼저 싱가포르 통화청은 리츠 투자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이해관계가 상충될 경우, 리츠 주주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법적 조항을 신설했다. 이를 근거로 싱가포르 리츠는 앵커 자산 파이프라인 ROFR(우선매수청구권)에 대해 거부권을 빈번하게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싱가포르 리츠 자산관리회사들은 이해관계 일치를 위해 자산관리 수수료의 46.1%가량을 리츠 주식(Unit)으로 지급받는다. 또한 수수료를 산정할 때 자산 규모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이익에도 연동해두어 무리한 자산 확장을 방지하도록 구성했다. 최근 신규 상장된 싱가포르 리츠들은 모든 보수를 이익과 배당에 연동시키기도 한다.
[마켓PRO] 작아서 매력적인 싱가포르 리츠 시장에 주목하자
싱가포르 오피스:다른 도시와 수요/공급이 차별화된 싱가포르 CBD 오피스

2021년 초부터 임대료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현재 싱가포르 오피스의 임대료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에 근접한 상황이다. 2021년 하반기부터는 공실률도 하락 반전했는데, 이러한 싱가포르 오피스 임대시장의 강세는 다른 도시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런던, 뉴욕, 시드니, 도쿄의 경우 오피스 공실률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높은 재택근무 비율과 신규 공급물량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싱가포르의 직장 유동 인구는 팬데믹 이전 수준에 근접했고, 싱가포르 정부는 올해 4월부터 기업들의 의무 재택근무 비율을 전면 해제했다. 또한 2017년 이후부터 CBD 지역 상업용 토지 임대가 없었고, 재개발 인센티브 정책(CBD Incentive Scheme)으로 오피스 공간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수급은 더욱 타이트해질 전망이다.

싱가포르 오피스 리츠 중에서도 싱가포르 CBD 지역에 위치한 Grade A 오피스를 보유한 종목이 유망하다. 싱가포르 리츠 시장에는 해외 자산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종목들이 많기 때문에 섹터 전체보다 개별 리츠 종목으로 접근하는 것을 권고한다.

싱가포르 리테일: 주거공간 및 지하철역과 인접한 싱가포르 쇼핑몰은 필수재

북미나 유럽에 위치한 쇼핑몰은 주거지와 멀리 떨어져 있고(5~25마일) 대중교통 접근성이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품목도 의류, 가전, 가구 등과 같은 준내구재를 주로 취급한다. 반면 싱가포르 쇼핑몰은 지하철(MRT)역에 인접해 있으며 지하철 출구 자체가 쇼핑몰과 연결된 경우가 많다. 싱가포르 쇼핑몰은 슈퍼마켓, 식료품점, 약국 등 필수 소비재 비중이 높으며, 레스토랑, 학원, 미용실과 같은 서비스업 임차인도 대거 입점해있다. 다른 나라의 쇼핑몰과 달리 경기 변화에 따른 영향을 적게 받는 부동산이라고 할 수 있다.

싱가포르 교외 쇼핑몰을 보유한 리츠를 추천한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 불안 요인이 상존해 있고 전자상거래가 오프라인 리테일을 잠식하는 상황 속에서도 싱가포르 교외 쇼핑몰은 안정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싱가포르 교외 쇼핑몰이 지하철과 가까운 입지를 선점하고 있고 근처에 새로운 리테일 공간이 개발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도 실적 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