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이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규제 강화와 미·중 갈등의 여파로 풀이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로 상업용 부동산 사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중국 자본이 손해를 보고 매각하는 경우도 등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시장정보업체 MSCI의 자료를 인용해 2019년 초부터 현재까지 중국 자본이 미국 상업용 부동산을 236억달러(약 32조9000억원)어치 순매도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자본이 2013~2018년 동안 미국 상업용 부동산을 520억달러(약 72조6000억원)어치 순매수할 만큼 왕성한 ‘식욕’을 보였던 점과 대조적이다. 중국 안방보험이 2015년 뉴욕의 유명 호텔인 월도프 아스토리아를 19억5000만달러에 사들이며 미국 호텔 인수가의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하지만 2018년부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중국 당국이 자국 기업의 해외 투자 규제를 강화한 와중에 자금난에 빠진 기업들도 늘어나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 시절부터 본격화한 미국과 중국의 관계 악화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자본의 미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 성적표는 초라한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뒤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가 떨어져서다. 최근에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 전반이 위축된 여파도 작용했다. 파산구조조정 절차를 밟고 있는 중국 하이난항공(HNA)그룹은 2017년 22억달러에 매입한 맨해튼 파크애비뉴의 대형 빌딩을 최근 18억달러에 매각하며 손해를 봤다. 그린버그 트로윅 로펌은 “최근 중국 고객들에게 주로 부동산 매각과 관련해 자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은 최근 중국 자본의 상황이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미국 유명 부동산을 공격적으로 매입했다가 결국 손해를 본 일본 자본을 연상케 한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중개업체인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는 최근 시장에서 중국을 대신해 한국, 독일, 싱가포르 자본이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