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우려로 수요가 위축되고 공급 확대 소식까지 겹치면서 유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고점 대비 30%가량 가격이 떨어졌다. 하지만 아시아의 원유 수요가 되살아나면 유가가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현재 배럴당 80~90달러 선을 맴도는 유가가 내년엔 1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하락세 이어지는 국제 유가

석달째 내리막 걷는 유가…BoA "中수요 살아나면 100弗 간다"
1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11월물 가격은 배럴당 0.7%(60센트) 오른 85.36달러를 기록했다. 유럽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1월물은 92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소폭 올랐지만 올 6월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섰던 WTI는 3개월 만에 80달러로 내려앉았다. 지난 7일 81달러를 찍은 뒤 잠시 반등했지만 이후 내림세로 돌아섰다. 브렌트유도 배럴당 123달러에 육박한 6월 대비 25%가량 하락했다.

원유 가격이 약세를 보이자 미국 내 휘발유 가격도 14주 연속 하락했다. 실시간 휘발유 가격 추적 업체인 가스버디에 따르면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약 3.8L)당 3.6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주보다 3.9센트 떨어졌다. 14주 연속 휘발유 가격이 내려앉은 건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원유 공급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미 정부는 이날 1000만 배럴 규모의 전략비축유(SPR)를 추가로 방출하기로 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2025년까지 하루 500만 배럴 증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이란도 원유 가격을 인하할 계획이다. 러시아에 뺏긴 시장 점유율을 되찾기 위해서다.

원유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중국 당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 여파로 에너지 수요가 대폭 감소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9월 원유시장 보고서를 통해 현재 추세가 연말까지 계속되면 중국의 올해 원유 수요는 전년 대비 2.7%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기록적인 폭염에도 원유 수요는 축소됐다. 국제에너지포럼에 따르면 올 7월 세계 원유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하루 110만 배럴 감소했다.

내년 반등 가능성 높아

유가 하락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oA는 현재의 유가 하락세가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프랜시스코 블랜치 BoA 상품·파생상품 전략가는 “(우리는) 유가가 더 크게 하락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을 겪으며 상품 가격이 인상돼 유가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은 아시아에서 수요가 되살아날 것이란 예측에 기반한 것이다. 올해 중국에선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주요 도시가 봉쇄돼 휘발유 수요가 줄었다. 불볕더위에 공장 가동을 중단한 곳도 속출했다. 하지만 봉쇄가 풀리고 더위가 물러가면 수요가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IAE는 올해 원유 수요 증가분이 하루 200만 배럴에 그쳤지만 내년에는 하루 210만 배럴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로 감소했던 해외여행이 늘어나면 항공유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봤다.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해 중동과 유럽 국가들이 가스 대신 원유를 전력 발전에 쓸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원유 증산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는 7월에 이어 8월에도 원유 생산량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또 올 3월 배럴당 130달러 선을 넘볼 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유가 안정을 위해 비축유를 약 1억8000만 배럴 방출했다. 하지만 유가가 안정되면 방출량을 대폭 감축할 가능성이 높다.

BoA는 “바이든 행정부는 원유 가격이 배럴당 80달러에 도달하면 다시 석유를 비축하겠다고 했다”며 “미 정부가 비축에 나서는 순간 유가는 크게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