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쪼그라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위협하고 국내 기업의 실적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대거 팔아치웠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와중에도 외국인이 지속적으로 순매수하는 종목에 주목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환율 수혜에 따른 수출 모멘텀을 보유하는 등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분석이다.
1조 5000억원 내던진 외국인 "車·배터리는 포기 못해"

외국인 코스피 비중 30% 선 위협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574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날도 602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에 외국인 주식 비중은 30% 선을 위협받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일 유가증권시장 기준 외국인 지분율은 30.63%다. 33% 후반대였던 올해 초보다 하락했다. 지난 15일 외국인 비중은 30.36%로, 2009년 7월 24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속되는 강달러 현상이 국내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위협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이익 전망치가 낮아지는 것도 악재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39개 업종별 대표주를 살펴봤을 때 25개 업종의 3분기 이익 전망치가 2분기 말 대비 내려갔다”며 “지난달까지 순매수를 유지했던 외국인 투자자도 이달 들어 매도 우위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고환율 수혜株’는 샀다

전문가들은 이 와중에 외국인이 꾸준히 순매수하는 종목은 주목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원화 약세와 국내 증시 부진에도 사들이는 종목은 환율 수혜에 따른 실적 기대 등 투자 매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동차와 2차전지가 대표적이다. 외국인들은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현대차는 이달 들어 194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 보유 비중은 28.95%로 올 들어 가장 높다. 기아의 외국인 보유 비중도 37.02%로 올해 최고치다.

고환율 수혜주로서 실적 기대가 높아진 게 배경으로 꼽힌다. 현대차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0조2320억원으로 1개월 전(10조1447억원), 3개월 전(8조2857억원)보다 올랐다. 주가도 최근 1개월 새 현대차는 4.5%, 기아는 4.1% 올랐다.

2차전지 기업 포스코케미칼도 외국인들이 꾸준히 순매수하는 종목이다. 이달 들어 31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 지분율은 7.46%로 지난달 23일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높았다. 해당 기업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혜주로 분류된다.

담배 기업 KT&G도 외국인이 꾸준히 사들이는 종목이다. 담배 업종은 수출 비중이 높고 원가율은 낮아 대표적 고환율 수혜주로 꼽힌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지난 5일을 제외하고 해당 종목을 매일 순매수했다. 개인, 기관투자가가 순매도한 것과 대비된다. 이날 외국인 지분율은 40.54%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가도 한 달 새 5.6% 상승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꾸준히 순매수하고 이익 전망치가 오르는 종목은 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