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애플, 테슬라 넘어 공매도 1위?…페덱스 “물류 감소, 화물기 폐쇄”
15일(미 동부 시간) 새벽 미국 철도 노사가 마라톤협상 끝에 24% 임금인상 등에 잠정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만약 미국 물류의 27%를 담당하는 철도가 파업에 들어갔을 경우 공급망의 추가적 혼란이 불가피했었습니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뉴욕 증시에는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그동안 그다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0.6% 내림세로 거래를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온종일 오르락내리락하더니 오후 2시 30분부터는 본격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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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소비자물가(CPI)가 발표된 뒤 시장의 걱정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미 중앙은행(Fed)이 정말 어느 정도나 매파적으로 나올 것이냐 하는 게 첫 번째이고, 그래서 경기 침체가 얼마나 일찍 발생할까 하는 게 두 번째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모든 관심이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쏠려 있다. 기준금리를 75bp 올리겠지만 100bp를 인상할 수도 있다. 또 경제전망(SEP)과 점도표로 새로 나온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제롬 파월 의장도 잭슨홀 연설과 같은 매파적 톤을 유지할 것이고, 앞으로 관심은 경기 침체 가능성에 쏠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블랙록 투자연구소는 '곰(경제)을 살려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인플레이션 논쟁'(Spare the bear: the inflation debate that should be happening)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은 성장을 저해한다. Fed는 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빠르게 2%로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건 희망적 생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되돌리는 데 더 오랜 시간을 투자하면 성장에 대한 타격을 줄일 수 있다"라며 물가가 높더라도 천천히 금리를 올려 대응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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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발표된 경제 지표들은 혼조세를 보였습니다. 8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변동이 없을 것이란 예상을 상회한 것입니다. 하지만 7월 수치가 0.0%에서 0.4% 감소로 하향 수정됐습니다. 자동차를 제외한 8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3% 감소했지만, 이는 휘발유 가격 하락으로 주유소 판매가 4.2% 감소한 게 원인입니다. 자동차와 휘발유를 뺀 소매판매는 0.3% 증가했습니다. 네드데이비스 리서치는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실질 소비는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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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2% 줄어든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본 월가 예상을 밑돌았습니다. 7월 산업생산도 0.6% 증가에서 0.5% 증가로 하향 수정됐습니다. 제조업 둔화가 원인입니다. 실제 9월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제조업 활동 지수는 -9.9를 기록해 전월 6.2에서 급락했습니다. 뉴욕 연은이 집계하는 9월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지수는 -1.5를 기록했습니다. 8월 -31.3보다는 크게 오른 것이긴 합니다만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은 것이죠. 다만 이들 세부 지수중 지불 가격은 두 곳에서 모두 크게 떨어져 2020년 12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엠파이어 지수에서는 39.6(예상 55)으로 하락했고, 필라델피아에선 29.8(예상 43.6)로 떨어졌습니다. 팩트셋은 "두 지수 모두 하락했지만 둘 다 인플레이션 전선에서는 약간 안도감을 보여줬다"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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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지표들이 발표된 직후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GDP나우'는 3분기 GDP 추정치를 기존 1.4%에서 0.5%로 크게 낮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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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주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예상(22만2000건)보다 적은 21만3000건으로 지난 5월 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4주 평균치도 8000건 줄어든 22만4000건으로 낮아졌습니다. 여전히 기업들은 해고를 꺼리고 있고, 노동시장은 빡빡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언스트앤드영의 그레고리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실업급여 청구가 지난 6월의 최고치보다 18%나 줄었다. 이는 고용주들이 팬데믹 이전보다 노동력 확보에 큰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리처드 번스타인은 "실업급여 청구 건수의 감소는 역사적으로 빡빡한 노동시장을 가리킨다. Fed는 굉장히 많이 긴축을 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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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의장은 Fed의 긴축 목표로 뜨거운 노동시장을 식히는 것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해왔습니다. 노동시장이 빡빡하게 유지될 경우 임금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높게 유지시키는 기반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장 쉽게 노동시장 동향을 알 수 있는 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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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Fed의 매파적 움직임을 막을만한 경제 지표는 없었습니다. 기준금리에 민감한 2년물 국채 금리는 지속해서 상승하더니 전날보다 8.9bp나 오른 3.873%를 기록했습니다. 역시 2007년 이후 최고치입니다. 한때 3.890%까지 올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파월 의장이 '높은 금리를 유지하겠다(higher for longer)고 밝힌 뒤 최종금리 예상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정책금리가 4% 가는 게 기정사실로 되었으니 2년물 금리가 금세 4%를 넘어도 이상할 건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오늘 1년물 국채 수익률은 4%를 잠시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10년물도 4.1bp 올라 3.449%를 기록했습니다. 한때 3.469%까지 올라 연고점(3.48%)을 다시 두드렸습니다. CNBC의 릭 산텔리 채권 해설가는 "10년물이 이 수준을 넘게 되면 기술적으로 매도 신호가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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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금리 상승은 투자자들이 Fed의 강력한 긴축을 예감한 탓입니다. 당장 다음 주 얼마를 올릴 것이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긴축 사이클에서 가장 높은 최종금리에 대한 관측이 계속 높아지는 게 더 큰 걱정거리입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는 내년 3월에 기준금리가 4.5~4.75%가 될 것이란 베팅이 나오고 있습니다. 브릿지워터의 레이 달리오 설립자는 어제 "시장 금리가 4.5%까지 오르면 주가에 약 20%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지금의 높은 기준금리 전망이 유지된다면 S&P500 지수는 6월 저점을 다시 테스트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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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예상은 다음 주 21일 점도표에서 확인이 될 것입니다. Fed 위원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올해와 내년 기준금리 수준을 적어낼 것이고 그 중간값이 지난 6월(올해 3.4%, 내년 3.8%)보다 크게 높아지면 금리는 또다시 급등하고 증시도 출렁일 수 있습니다. 변수도 있습니다. 이번 회의에는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 수잔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 마이클 바 Fed 부의장 등 여러 위원이 처음 참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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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증권은 이번 회의에서 점도표 중간값이 올해 4.125%. 내년 4.375%로 나올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3.9%, 4.1%로 보고 있고요. 도이치뱅크는 "기준금리는 내년 초까지 4.5%까지 올려야 할 수 있다. 위험 관리까지 고려하면 5%에 가까운 금리가 필요할 수 있다. 우리는 기준금리가 내년 1분기 4.9%에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소파이의 리즈 영 전략가는 "9월과 10월은 힘든 달이 될 수 있으며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다음 주 FOMC에서 새 점도표와 경제전망이 발표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더 많은 급락이 발생할 수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은 더 매파적 점도표와 인플레이션, 실업률에 대한 더 높은 예측을 부를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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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걱정은 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됐습니다. 결국, 다우는 0.56%, S&P500 지수는 1.13% 내렸고 나스닥은 1.43%나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내일이 명목 가치 3조2000억 달러 규모의 옵션 만기일인 데다, 통상 9월 말이면 큰 폭의 하락세가 나타났던 계절적 효과도 영향을 줬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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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월가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건 '애플이 테슬라를 제치고 공매도 대상 1위 기업이 됐다'라는 마켓워치의 기사였습니다. 이 여파로 애플은 오늘 1.89%나 하락했습니다. 한때 2.5%까지 미끄러지기도 했습니다. 반면 테슬라는 0.38% 상승세로 마감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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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파트너스에 따르면 14일 기준 애플의 공매도 잔액은 184억 달러를 기록해 테슬라(174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2020년 4월부터 무려 864일이나 공매도 잔액 기준 1위를 유지해온 테슬라를 끌어내린 겁니다. 3위는 마이크로소프트(110억 달러)입니다. S3파트너스의 이호르 두사니우스키 이사는 "공매도 세력은 테슬라 비중을 줄이고 애플로 옮겨가고 있는데 이 속도가 빠르지는 않고 점진적"이라면서도 "애플에 대한 적극적 공매도의 큰 변화가 있다기보다는 테슬라에 대한 공매도 노출을 줄이는 변화가 크게 반영됐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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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의 토니 사코나기 애널리스트(IT 하드웨어)는 CNBC 인터뷰에서 "애플은 통상 9월에 새로운 아이폰을 내놓는데, 이번 판매 주기가 좋을지 아닐지 예상이 엇갈리면서 불확실성이 커진다. 그래서 공매도를 취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애플은 팬데믹에서 큰 수혜를 입었다. 2021년과 2022년 영업이익은 이전보다 60%나 증가했다. 그리고 내년에 애플의 성장은 그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조금 더 보수적이다. 현재 수준에서 애플에 대한 위험보상은 중립적이거나 약간 부정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대장주인 애플이 공매도로 흔들린다면 지수 차원에서도 문제가 커질 수 있습니다. 다만 잘 따져보면 S3의 자료는 문제가 있습니다. 통상 공매도 1위라면 유통 주식에 비해 공매도된 주식이 얼마냐 되느냐 하는 걸 따집니다. 잔액만 따지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사실 애플의 공매도 잔액이 높은 건 시가총액이 크기 때문입니다. 지난 14일 기준 애플의 시가총액은 2조4700억 달러, 테슬라는 9150억 달러입니다. 공매도 잔액 1위라고 해도 애플의 경우 유동 주식의 0.7%만 공매도 되어 있습니다. 테슬라의 2.2%보다 훨씬 적습니다. 그리고 S&P500 종목 평균 공매도 비율 1.4%의 절반에 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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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페덱스는 장 마감 뒤 월가 예측보다 낮은 분기(~8월 31일) 실적을 잠정 발표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15% 하락하고 있습니다. 주당순이익(EPS)은 3.44달러로 예측 5.14달러에 크게 못 미쳤고 매출도 232억 달러로 예상 236억 달러를 밑돌았습니다. 페덱스는 "분기 후반에 글로벌 및 미국에서 거시 경제 추세가 크게 악화하면서 글로벌 거래량이 감소했다"라며 고용 동결, 90곳 사무실 폐쇄, 일부 화물용 비행기 운항 중지, 일요일 지상 운영 축소 등 비용 절감 조처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페덱스는 다음 분기 가이던스로 EPS 2.75달러, 매출 235억~240억 달러를 제시했는데 이는 월가 예상(5.48달러, 248억6000만 달러)보다 훨씬 낮습니다. 사토리펀드의 댄 나일스 설립자는 페덱스의 향후 가이던스 하향 조정에 대해 "물류 회사는 광범위한 제품을 나르는 좋은 경제 지표"라면서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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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피니티브에 따르면 S&P500 기업에 대한 월가의 3분기 EPS 증가율 전망치는 평균 5.1%로 지난 7월 1일의 11.1%에서 크게 떨어졌습니다. 골드만삭스도 3분기 시작 이후 S&P500 기업의 3분기 이익 추정치가 2.7% 하향 조정됐다고 밝혔습니다. 홀로 8.2% 증가한 에너지 업종을 빼면 내림세는 더욱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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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의 토니 파스쿼릴로 헤지펀드 담당 글로벌 헤드는 "S&P500 지수의 멀티플은 그동안 대체로 미국 금리에 맞춰 움직여왔다. 주가수익비율(P/E)에서 P(주가)가 쟁점이 되어 왔고 E(이익)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와 기업 이익 추정치의 격차는 주식이 또 다른 평가절하 위험에 처해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Fed는 심각한 인플레이션 문제에 처해 있고 경기를 둔화시키기 위해 유동성을 빨아내야 한다. 주식은 여전히 인질로 잡혀 있다. S&P500 지수는 높이 가려고 계속 시도하고 있지만, 일정 범위를 벗어나는 데 실패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