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수상한 외화 송금 10조원 넘을 수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이 수상한 외화 송금 규모가 10조원 이상일 수 있다고 밝혔다. 관련 은행들이 의혹을 벗기 위해선 상세한 소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원장은 15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구내식당에서 취임 100일 기념 오찬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상 외화 송금’ 규모가 생각보다 늘어날 수 있다”며 “10조원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화 송금 과정에서) 누가 무슨 역할을 했는지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지난 6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으로부터 거액의 수상한 외화 송금 거래가 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 즉각 조사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약 8조5000억원의 자금이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에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을 거쳐 홍콩 일본 등 해외로 빠져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 원장은 ‘은행권의 책임론’과 관련해선 “(은행들이) 책임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사 최고위급 임원에 대한 제재 과정에서 법률적 요건을 정확하게 따지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이 원장은 “모든 사건에 대해 일률적으로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제재하는 것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엄중하게 처벌하려면 세련되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선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에게도 기회를 균등하게 준다면 공매도 제도에 대한 오해가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