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CEO 제재 훨씬 세련되고 엄중한 자세로 임하겠다"
"일부 자산운용사 오늘만 사는 것 같아…강하게 대응"
"거액 외환 송금 사고에 아무도 책임 없다고 말할 수 없어"
취임 100일 간담회…"만기연장·상환유예 재연장하더라도 예전 방식 아닐 것"
금감원장 "무차입 공매도 책임져야…투자자들에 기회균등 필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면서 투자자들에게도 기회를 균등하게 준다면 공매도 제도에 대한 오해가 풀릴 것이라고 15일 밝혔다.

일부 자산운용사의 잘못된 운용 행태에 대해선 강하게 대응하고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제재는 기존보다 세련되면서도 엄중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8조5천억원이 넘는 거액 외환 송금 사건과 관련해 은행도 책임이 있으며 이달 말로 예정된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만기 연장·상환 유예를 연장하더라도 예전과 동일한 방식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금감원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공매도 조사와 관련해 "한 달 반 정도 거래소의 무차입 공매도를 봤고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절차는 계속 흘러갈 것"이라면서 "그 외는 불공정거래 조사인데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공매도 제도 자체를 셧다운 하기보다는 개인 투자자들도 용이하게 가격이 하락할 때는 숏을 할 수 있도록 기회균등을 준다면 공매도 제도에 대한 오해가 풀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원 횡령 사고와 관련해 최고경영자(CEO) 징계에 신중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국민이 용납하기 어려운 운영상의 책임에 대해선 당연히 CEO가 책임져야지만 법적 쟁송이 될 걸 염두에 두기 때문에 다양하게 사실관계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어 "뉴욕은 참새가 죽어도 뉴욕 시장 책임이라는 말이 있지만, 과연 일률적으로 CEO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신중론이 있다"면서 "그렇다고 의사 결정할 때 피하겠다는 얘기는 전혀 아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주식시장 시장조성자인 9개 증권사의 시장 질서 교란 행위 혐의에 대해 위법이 아니라며 금감원의 판단을 뒤집은 것에 대해선 "2~3건 정도를 분리했으면 제재 결과가 금감원이 바라는 대로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법률가로서 좀 더 명확하게 할 여지는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지금 발생한 사고들과 관련된 최고위급에 대한 책임을 가리는 데 있어 훨씬 더 세련되고 엄중한 잣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명 투자 의혹을 받는 강방천 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이 금감원으로부터 직무 정지 처분을 받는 등 자산운용사 문제에 대해선 "자산운용사에 적대감이 없으며 대부분 건실하지만, 일부 자산운용사는 오늘만 사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경우 자산운용사의 시장 기능을 존중한다고 해도 간과할 수 없다"면서 "일부 자산운용사의 잘못된 운용은 강하게 대응할 것이며 지금도 일부 대형 자산운용사를 검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원장은 거액의 이상 해외 송금 사건에 대해 "생각보다 규모가 늘어날 수도 있고 금액이 얼마냐에 따라 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수 있어 법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공개할 것"이라면서 "금액이 더 늘어나면 10조원 단위가 될 수 있는데 일선에서 했으니 아무도 책임이 없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 원장은 "이달 말 종료되는 만기연장·상환유예에 대해서는 정책적 판단이 가장 중요한 어젠다로, 무식하게 동일하게 연장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연장하게 되면 업권에 충분히 설명하고 정책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업의 고유 노력에 의한 원가 선정 방식은 어쩔 수 없고 수수료의 원가 부분을 다 내놓아라 할 순 없지만, 시장에 정보를 알려줘서 시장을 좀 더 경쟁적으로 만들 수 있다"면서 "(빅테크의) 동일 기능과 동일 규제 원칙에서 동일 기능에 대해선 동상이몽이 있는 것 같아 업체의 행위를 구체적으로 봐야 하며 기능적 측면에서 동일성을 잘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에 대해선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에서 결론 내리기는 힘들지만 그럼에도 일부 넓은 의미의 가상 자산 중에 금융 투자 상품으로 아예 인정할 수 없다는 데 대해서는 생각을 달리한다"면서 "증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자료를 유관 기관에 공유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원장은 최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최고위급(GHOS) 회의에 참석했을 당시 참석자들이 한국의 어떤 부분에 관심을 두는지에 대해 "지금 상황이 각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해하며 한국은 중국이랑 어떤 관계인지 궁금해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의 대외 불확실성에 대해 "참석자 대부분이 생각보다 오래갈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오래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면서 "가상자산이 큰 이슈였는데 차액 거래 관련해 한국의 사례도 소개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