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직장인들이 이르면 내년 봄부터 모바일 앱 간편결제 서비스(페이)로 월급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선진국 가운데 현금 사용 비율이 가장 높은 일본의 소비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13일 노동정책심의회를 열어 페이 서비스로도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일본 노동기준법은 기업이 근로자에게 현금으로 급여를 지급하되 은행계좌 및 증권종합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을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예외 대상에 페이사업자를 추가한다는 게 일본 정부의 방침이다. 올해 말까지 법을 개정해 이르면 내년 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후생노동성은 페이사업자가 파산해도 4~6영업일 이내에 계좌 잔액 전액을 이용자에게 돌려주는 보증 제도를 신설하기로 했다. 보험료를 내면 민간 보험회사가 계좌 잔액의 지급을 보증하는 구조다. 그동안 페이 서비스는 결제사업자가 파산했을 때 고객 자산을 보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과제로 지적됐다.

페이 월급 계좌의 잔액은 최대 100만엔(약 967만원)이며 월 1회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수수료 없이 인출할 수 있는 혜택을 추가할 계획이다. 페이로 급여를 받으면 이용자는 일일이 페이 서비스의 잔액을 충전하지 않아도 된다. 은행들이 ATM 수수료 우대를 점차 축소하는 추세여서 소비자의 수수료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로 받는 급여가 보편화하면 일본의 캐시리스(신용카드·모바일 결제) 이용률이 높아질 전망이다. 2020년 일본의 캐시리스 결제 비율은 30%로 독일과 함께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영국과 호주는 60%, 미국은 50%를 넘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