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따라잡기

美 기업 뒤흔드는 강달러
미 Fed 정책 집중하다가 다른 위험요소 놓쳐
중국·유럽증시 주목…낮은 밸류에이션 부각
[마켓PRO] 모건스탠리 "미국 주식보단 유럽·중국 주식 주목해야"
미국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금리인상기 속에서 미국보다는 유럽과 중국 증시의 투자 매력이 돋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강달러 후폭풍으로 내년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될 것이란 배경에서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글로벌하게 복잡한 문제들'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서 모건스탠리는 "단기적으로 봤을 때 내년 미국 주식 밸류에이션보단 유럽과 중국 주식의 가치가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달러로 인해 가뜩이나 요동치는 미 증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해외 매출 의존도가 높은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 사실 달러 강세는 미국 기업들에 장단점이 있다. 수입을 많이 하는 기업은 비용 절감 효과가 있지만 해외에서 많은 매출을 올리는 기업은 실적이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이에 모건스탠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이 주도해 온 증시 상승세가 내년에는 밸류에이션이 낮아진 유럽과 중국을 중심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더군다나 미국 증시가 유럽의 인플레이션 우려 등 글로벌 리스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미 Fed의 금리 인상 기조로 시장이 이미 큰 타격을 받았지만, 글로벌 긴축 리스크가 완전히 미국 시장에 반영되진 않았다고 판단했다.

리사 살렛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는 "미 Fed 정책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위험 요소들을 과소평가했다"면서 "유럽 에너지 위기에 따른 인플레이션 악화 등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둔화와 강달러의 이중고를 겪으면서 내년 미 기업도 본격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봤다. 리사 살렛은 "미 기업의 2023년 실적 추정치는 올해에 비해 5% 상승했는데, 이는 경영진들의 영업 레버리지 역학, 가격 결정력 손실 등을 과소평가한 영향"이라며 "취약한 부분들을 반영했을 때 내년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는 10~15%가량 더 감소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럽연합(EU)은 러시아가 석유 및 가스를 무기화하고 공급중단을 위협하면서 에너지 위기와 함께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미국 달러의 초강세 속에 유로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작년만 하더라도 1유로가 1.2달러 정도였지만 요즘은 유로와 달러가 등가로 교환된다. 유로화 가치가 1년 사이 20%쯤 하락했다는 의미다.

모건스탠리는 미국 증시보다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이 저렴해진 유럽과 중국 증시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증시와 달리 유럽 증시는 경기 침체 가능성이 과도하게 반영됐지만, 실제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리사 살렛은 "유럽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1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에너지 위기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험을 이미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 증시의 경우 주식 리스크 프리미엄이 15년 평균 350bp(1bp=0.01%)보다 낮은 260bp를 유지하는 등 글로벌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밸류에이션이 낮아진 중국 증시에서도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대적으로 낮아, 정부가 경기 부양 정책을 쓸 여력이 있다는 배경에서다.

리사 살렛은 "중국은 다음 달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여부를 결정짓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자대회(당 대회)를 기점으로 경기 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면서 "중국의 성장은 미국 투자자들에게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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