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허문찬 기자
사진=허문찬 기자
올 상반기 성과급 잔치를 벌였던 증권사들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증시 불황과 금리 인상 여파로 실적이 대폭 쪼그라든 데 따른 위험 관리 차원의 조치다. 하반기도 이 같은 악재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어 증권사들은 긴장의 끈을 조이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임원 월급 중 20%의 지급을 유보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 돌입을 선언했다. 업무추진비도 줄인다는 방침이다. 지원 부문과 영업 부문에서 각각 각각 30%, 20% 삭감하기로 했다. 비상경영은 올해 말까지 가동될 전망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 관계자는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최근 시장 상황 등이 전반적으로 불투명한 것을 고려해 긴장하자는 것"이라며 "상징적 의미에서 임원 급여 유보 등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다올투자증권도 올 들어 펼쳐진 하락장에 대응해 상반기 임원회의에서 비상경영 기조를 선포하고 전사적인 긴축 경영에 돌입한 바 있다.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비한 선제적인 조치였단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올투자증권은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47.6% 증가한 119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당기순이익은 957억원으로 3.2% 늘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성과급 잔치를 벌였던 증권사 상황이 급반전된 것이다. 올 상반기 이베스트투자증권 직원들은 인당 1억28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BNK투자증권(1억5900만원), 메리츠증권(1억4600만원)에 이어 세번째로 많았다. 한국투자증권(1억2100만원), 한양증권(1억1700만원), 부국증권(1억1400만원), NH투자증권(1억1100만원) 등도 급여가 1억원을 넘겼다. 다올투자증권의 급여는 직원당 1억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들이 잇단 리스크 관리에 나선 건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증시 하락에 주식거래가 위축되면서 거래대금이 대폭 줄었다. 금리 인상과 부동산 시장 둔화 등의 여파로 채권운용, 부동산금융(PF), 기업금융(IB) 등 부문에서도 부진이 이어졌다.

실제 올 상반기 증권사 실적은 대부분 위축됐다.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 실적이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한 업체도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영업이익은 512억원, 당기 순이익은 3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8.1%, 60.9% 줄었다.

하반기 상황도 녹록지 않은 만큼 다른 증권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한 추가적인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된다. 일부 증권사들은 비상 상황에 대한 대책 마련 필요성에 공감하고 비상경영 돌입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구체화된 건 아니지만 회사 내부적으로 논의가 오가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