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환노출 여부에 따라 해외 펀드 수익률이 엇갈리고 있다. 강달러 수혜를 본 환노출형 펀드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환헤지형 펀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론 환노출형이 유리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환율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투자자산에 더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달러에 펀드 수익률 ‘희비’

"환노출형 살 걸"…강달러에 해외펀드 성적 '극과극'
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환헤지형 펀드인 ‘한국투자미국배당귀족(H)’의 올해 수익률은 -8.79%였다. 미국 증시가 올 들어 하락세를 보이면서 수익률도 함께 내려갔다. 하지만 동일한 투자 종목을 담은 환노출형 ‘한국투자미국배당귀족(UH)’의 올해 수익률은 3.56%였다. 환헤지 여부에 따라 수익률이 10%포인트 넘게 차이 난 것이다.

다른 펀드들도 상황이 비슷하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대표적 펀드인 ‘AB미국그로스(주식-재간접형)’ 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환헤지형 -3.21%, 환노출형 5.95%였다.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는 환헤지형과 환노출형으로 나뉜다. 환헤지형은 환율 변동 영향을 없애고 투자자산 가격의 변동만으로 수익률이 결정된다. 환노출형은 환율 변동까지 수익률에 영향을 끼친다. 환헤지형은 펀드명 끝에 (H)를 붙이고, 환노출형은 (UH)를 붙여 구분하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달러당 1362원을 넘기며 급상승하자 환노출 상품의 수익률이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중 환헤지형 53종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3.53%로 집계됐다. 환노출형 28종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4.10%였다. 북미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 투자하는 상품도 환노출형이 강세였다. 글로벌 주식형 펀드 중 환헤지형 114종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4.45%, 환노출형 53개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1.15%로 집계됐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달러 강세가 이어질 환경이 여전한 가운데, 한국 무역수지마저 적자가 지속돼 원화 약세가 심화하고 있다”며 “이런 환경에선 펀드 역시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장기 투자엔 투자자산 본질 더 봐야

최근 원·위안화 환율이 오르며 중국 펀드 수익률도 환노출형이 환헤지형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삼성중국중소형FOCUS(주식)’의 3개월 수익률은 환헤지형이 12.72%, 환노출형은 16.48%였다. 원·위안화 환율은 6월 1일 186원55전에서 이달 3일 197원47전까지 뛰었다.

엔화는 원화 대비 약세가 지속되면서 환헤지형이 더 유리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KINDEX 일본Nikkei225(H)’의 3개월 수익률은 5.17%인 데 비해 환노출형 ETF인 ‘TIGER 일본닛케이225’의 3개월 수익률은 -3.53%였다.

전문가들은 단기 투자, 달러 자산 투자를 고려한다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환노출형이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장기 투자라면 환율 영향보다는 투자자산 자체에 더 집중하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