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기 전 연설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기 전 연설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 Inflation Reduction Act) 통과로 국내 수혜주 찾기가 분주한 가운데 보일러 업체인 경동나비엔을 주목하라는 분석이 나왔다. 단기적으로 주거 효율성 개선에 대한 세액 공제 비중이 높아 가장 빠른 수혜가 예상돼서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경동나비엔은 전 거래일 대비 200원(0.51%) 하락한 3만8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초 대비 주가는 29.8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8.80% 하락한 것에 비하면 하락폭이 컸다.

이같은 주가 하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국제 유가의 상승이 지속되면서 보일러 관련 기업의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경동나비엔은 러시아 보일러 시장 1위 업체로 러시아법인(나비엔루스)도 있다. 그러나 러시아 제재가 장기화하면서 루블화 가치 하락에 따른 환차손, 외화 수급 등의 악재를 만났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경동나비엔을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최근의 주가 하락은 연료 가격의 상승으로 단기 하락했을 뿐 IRA로 인한 가장 빠른 수혜가 예상돼서다.

투자자들이 IRA의 효과에 대해서 전력 분야와 주거 효율성 개선 부문을 간과하고 수송 부문을 과대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 전기차나 배터리의 경우 특정 제조지역 배제 및 선호 조항이 있기 때문에 한국의 기업이 수혜를 받을 수 있는지 아닌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하지만 주거 효율성 개선 분야에 대해서는 특정 지역에 우호적인 조항이 없어 수혜 기업을 찾는 과정에서 고민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액 비중 관점에서 IRA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전력 탈탄소화"라며 "단기적으로는 주거 효율성 개선에 대한 세액 공제 비중이 높아 보일러·온수기, 에너지 저장장치(ESS) 관련 기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경동나비엔의 프리미엄 콘덴싱보일러 NCB700 시리즈.(사진=경동나비엔)
경동나비엔의 프리미엄 콘덴싱보일러 NCB700 시리즈.(사진=경동나비엔)
에너지 효율적인 주택 개선 세액 공제는 내년 초부터 적용된다. 단열재, 창문, 문 등 적격한 주택 개선 비용의 10%, 500달러 한도가 세액 공제 대상이었으나 2023년부터 30%, 1200달러로 인상된다. 히트 펌프 및 온수기의 경우 1200달러의 한도와 관계없이 별도로 한도가 2000달러에 해당해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된다.

경동나비엔은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 실내 공기 청정환기 시스템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콘덴싱은 보일러를 작동할 때 발생되는 배기가스에 숨어있는 열을 바로 내보내지 않고 다시 사용함으로써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친환경 기술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주거 효율성 개선 사업에는 저효율 저가의 보일러·온수기를 고효율 고가의 보일러·온수기로 교체되는 사업이 포함되기 때문에 경동나비엔의 수혜 가능성이 높다.

경동나비엔의 북미향 매출 비중은 2022년 상반기 기준으로 60%를 상회하는데다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경동나비엔의 냉동공조 및 냉동냉장(HVACR) 분야 매출은 국내 2위 기업의 약 2배 수준이다.

양 연구원은 "연초 가격 인상과 최근 연료 가격 상승 및 러시아 관련 매출 비중은 올해 상반기 기준 약 6%로 부진했으나 IRA의 세액 공제와 직접지출은 미국 소비자의 부담을 낮춰 매출 증가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