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NA
사진=ENA
주식시장이 저평가 구간에 놓여 있지만 투자자들은 선뜻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다. 하반기부터 실적이 피크아웃(정점 통과) 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하지만 일부 업종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팬덤 확산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엔터테인먼트주가 대표적이다.
 그래픽=김선우 기자
그래픽=김선우 기자

“엔터주 피크아웃 아직 멀었다”

지난 26일 하이브는 1.15% 오른 17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 6월 23일 저점 대비 27% 상승했다. 같은 기간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45%, JYP엔터는 28% 올랐다. 영화·드라마 제작사들도 큰 폭으로 뛰었다. 스튜디오드래곤(21%) 에이스토리(44%) NEW(32%) 등이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엔터주가 상승세로 전환한 것은 피크아웃 우려가 완화됐기 때문이다. 하이브는 지난달 데뷔한 신인 걸그룹 뉴진스가 돌풍을 일으키며 방탄소년단(BTS) 군입대 우려를 일부 불식시켰다. 와이지는 걸그룹 블랙핑크의 정규 2집 앨범이 글로벌 차트 1위에 올랐다. 박형민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앨범 판매량과 공연 관련 지표에서 K팝이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드라마 제작사들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의 인기에 힘입어 반등에 성공했다. 우영우는 넷플릭스 비영어권 드라마 부문에서 4주 연속 시청 시간 1위를 기록했다. 한국 드라마의 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경기 침체에도 앨범 판매 급증

K팝은 엔터업종 내에서도 성장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익구조가 소비력이 강한 ‘팬덤’에 바탕을 두고 있어서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앨범 판매량은 급증하고 있다. 블랙핑크와 트와이스가 최근 출시한 앨범은 선주문량이 각각 200만 장, 100만 장을 넘어섰다.

앨범 판매량이 늘어나는 것은 해외로 팬덤이 확장하고 있어서다. 2019년 연간 음반 100만 장 이상을 판매한 밀리언셀러 가수는 BTS가 유일했다. 이 숫자가 2020년 4개, 작년에는 6개로 늘어났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팬덤 확장은 이제 초입 단계”라고 했다.

증권사들은 JYP엔터를 최선호주로 제시하고 있다. 단일 그룹 매출 의존도가 낮고, 신인 그룹의 데뷔가 대거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JYP에는 인기 걸그룹 트와이스와 ITZY, 인기 보이그룹 스트레이키즈가 소속돼 있다. 내년 4개 그룹이 한국 미국 중국 일본에서 데뷔한다.

팬덤 플랫폼도 성장이 유망한 분야로 꼽힌다. 작년 11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디어유가 대표적이다. 디어유는 최대주주가 에스엠스튜디오스, 특수관계인은 JYP엔터테인먼트다. 일정한 구독료를 내면 에스엠과 JYP에 소속된 가수들로부터 프라이빗 메시지를 받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 콘텐츠 투자는 계속된다

영화·드라마 제작사들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 형성과 함께 전성기를 맞았다. 넷플릭스, 디즈니 등 OTT업체들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제작사들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절대적 실적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소수의 방송사에 의존하던 사업구조도 개선됐다는 평가다.

한국 제작사들의 성장 동력은 ‘가성비’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회당 제작비가 200만달러(약 26억원으로)로 미국 인기 드라마 평균(1000만달러)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성공하며 넷플릭스 역대 콘텐츠 랭킹(시청 시간) 1위에 올랐다.

대장주는 스튜디오드래곤이다. CJ ENM 자회사로 누적 작품 수가 국내에서 가장 많다. 기존 고객인 티빙과 넷플릭스에서 디즈니플러스, 쿠팡플레이, 애플TV 등으로 공급처를 확대하고 있다. 증권사 평균 목표가가 11만1733원으로 현재 주가 대비 45%의 상승 여력이 있다.

제작 역량이 뛰어난 중소형 제작사도 주목받고 있다. 우영우를 제작한 에이스토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tvN 드라마 ‘시그널’ 등 다수의 히트작을 만들었다. 최근 SBS 드라마 ‘어게인 마이라이프’를 제작한 삼화네트웍스는 가치투자 운용사 VIP자산운용이 지분 5.19%를 사들였다.

KB자산운용 VIP자산운용 등 다수 기관이 투자한 SBS는 시가총액(7100억원)에 자회사 스튜디오에스의 가치가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튜디오에스는 SBS 드라마를 만드는 제작사다. 최근 세계적으로 히트한 드라마 ‘사내맞선’을 제작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