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장이 공매도 재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장이 공매도 재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2020년은 주식시장 역사에 전설적인 해로 기억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코스피지수가 1400선까지 급락했지만 3000포인트를 돌파하는 데 10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개인들이 2020년 한 해에만 60조원을 쏟아부으며 주가지수를 끌어올렸습니다.

하지만 2년6개월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개인들은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투자한 종목의 90% 이상이 마이너스권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식시장을 뒤흔들었던 동학개미운동이 개미들의 전멸로 끝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26일 키움증권 보유종목 통계에 따르면 이 증권사 고객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10개 종목 모두 손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키움증권 고객은 대부분 개인 투자자입니다. 보유 상위 50개 종목 가운데 플러스권에 있는 종목도 8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유 상위 10개 종목의 단순 평균 수익률은 -18.7%로 집계됐습니다. 개미들의 대부분이 돈을 못 벌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증권사 관계자는 “반대매매로 청산된 종목들을 포함하면 실제 손실은 이보다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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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 1위 삼성전자는 평균 매수가(7만2129원) 대비 17.5%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보유 2·3위 카카오와 삼성전자 우선주도 손실이 각각 27.4%, 16.6%에 달합니다. 4·5위인 현대차와 네이버도 매수가 대비 각각 7.3%, 26% 마이너스를 내고 있습니다.

개미들의 손실이 불어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급격한 금리 상승 등 예상치 못한 이벤트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3300까지 올랐던 코스피가 2400선까지 급락했습니다. 다만 지수의 낙폭을 고려해도 성적표가 좋지 않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개미들인 손해를 보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자산운용사 대표는 “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투자에 나선 것이 손실을 더 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락에 대한 대비 없이 위만 바라보다가 시장에 당했다는 것입니다.

다른 운용사 매니저는 “삼성전자는 한국 대표 주식으로서 쉽게 돈을 벌어줄 것 같지만 주식시장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며 “삼성전자만큼 주가 예측이 어려운 종목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시장이 싫다고 해외로 피신했다가 큰 코를 다쳤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증권사 관계자는 “개미들이 공매도를 욕하지만 미국만큼 공매도가 판치는 시장도 없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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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한 개인 투자자는 “전문가들이 삼성전자가 10만원 간다고 추천해서 샀는데 쌔게 물려버렸다”고 했습니다. 다른 투자자는 “1만원 한 장에도 벌벌 떨던 사람이었는데 어느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7억원이 물려버렸다”고 했습니다.

손실이 커지고 있지만 주식을 계속 사들이며 ‘물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개인들은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19조4662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8조2856억원을 새로 사들였습니다.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세로 일관하는 것과 대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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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