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 집중탐구

2차전지 대비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수소시장
PER 100배 달하지만…"성장 가능성 주목"
1년새 주가 60% 넘게 빠져…주가 바닥론 '솔솔'
수소차 탱크 이어 수소선박 탱크까지 노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밸류에이션 측정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이 높다는 것은 '거둬들이는 순이익에 비해 주식 가격이 높다'는 의미이지만, 그만큼 높은 성장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작년 유가증권시장 입성과 함께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성, 이후 상한가)을 기록했던 주가가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PER 100배에 달하는 일진하이솔루스의 실적은 현대차의 수소차 '넥쏘' 판매량과 비례하죠. 올해 들어 국내 수소차 보급 속도가 주춤하자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PER 100배라는 수치가 정상적이라고 말하긴 쉽지 않지만, 단순히 주가 고평가가 됐다고 보기도 힘듭니다. 한때 1000배를 넘나들던 테슬라의 PER이 현재 100배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죠.

수소 관련 산업은 같은 친환경 테마라 하더라도 주도주로 올라선 2차전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인데, 2차전지 산업은 일찍이 정책 모멘텀을 확보하고 민간 기업들의 투자를 받아 대규모 수익화 단계에 들어갔죠. 반면 수소 산업은 그러지 못하면서 친환경 테마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최근 시장은 일진하이솔루스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미 악재가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이유에서죠. 일부 전문가들은 지금 수소 테마 업종에 접근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수소 산업 대표 수혜주로 꼽히는 일진하이솔루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일진하이솔루스 1년새 60% 넘게 떨어진 이유는
일진하이솔루스는 미래산업인 수소차 밸류체인의 핵심인 '수소탱크'를 만들고 있습니다. 수소는 친환경 에너지이지만 금속 내구성을 떨어뜨리는 성질이 있어 저장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에 복합 소재로 만든 용기(수소탱크)가 필요한데, 금속재보다 가벼우면서도 강하고, 안전해야 합니다. 일진하이솔루스는 가장 진화한 수소탱크 종류인 '타입4'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자가 일본 도요타밖에 없을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사진=일진하이솔루스
사진=일진하이솔루스
수소연료탱크는 그동안 타입1부터 타입4까지 발전해왔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수소를 담는 용기와 이를 감싸는 소재입니다. 타입1은 라이너를 강철이나 알루미늄 등 금속재로 제작합니다. 반면 타입4는 플라스틱과 같은 비금속재로 라이너를 만들고, 탄소섬유로 감는 방식을 활용합니다.

일진하이솔루스가 생산하는 타입4 수소탱크는 현대차에 독점 납품되고 있습니다. 현대차가 생산하는 수소차 넥쏘에는 1개당 2.1㎏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연료탱크가 3개 들어갑니다. 한번 충전 후 주행거리가 600㎞정도 됩니다.

수소 탱크에 대한 성장 잠재력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습니다. 규모는 다르지만,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2차전지 생산 기업과 같은 밸류체인을 가지고 있는 것을.

하지만 일진하이솔루스의 주가는 올 들어 급락하기 시작했죠. 상장 당시 주관사가 추정했던 실적 괴리율과 함께 코스피200 편입, 새 정부 정책 등 복합적인 이유가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일진하이솔루스는 작년 9월 장중 9만8000원까지 치솟았지만, 현재는 3만4350원까지 떨어졌죠. 이 기간 주가 하락률은 64%에 달합니다.
[마켓PRO]'PER 100배' 일진하이솔루스…시장 주목하는 이유는
상장 당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일진하이솔루스가 작년 27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뒤 올해 42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봤습니다. 2023년에는 787억원의 영업이익까지 바라봤죠.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작년 영업이익은 98억원에 불과했습니다. 2020년 말 영업이익(150억원)보다 34%가량 감소했죠. 올 상반기에는 3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의 39% 줄어든 수치입니다. 현대차의 넥쏘 판매량이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실적이 주춤했죠. 넥쏘는 올해 7월까지 5000대가량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넥쏘의 지난해 판매량은 8502대로,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죠. 넥쏘가 출시된 지 이미 5년 차에 접어든 데다 후속 모델이 없는 것도 현대차의 수소차 판매량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죠.

공매도까지 가능해졌다는 점도 주가 하락을 부추겼습니다. 지난 6월 코스피200 신규 편입되면서 대차잔고가 단기간에 많이 늘어났습니다. 지난 17일 기준 공매도 잔고 금액은 100억원 안팎으로 나타났습니다.

새 정부의 정책 방향성도 투심을 위축시켰습니다. 원전 재가동 등 '친(親)원전' 정책이 맞물리면서 수소 경제가 추진력을 잃은 것도 부담이 되는 것이죠.
PER 100배 부담되나 성장성 주목…2차전지처럼?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악재가 일진하이솔루스 주가에 선반영됐다고 봤습니다. 사실상 주가가 바닥을 다졌다고 판단한 것이죠. 일진하이솔루스는 지난 7월 4일 장중 연중 최저점(3만원)을 찍은 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주식을 대거 사들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중 최저점을 기준으로 이달 19일까지 약 한 달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억원, 1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습니다. 반면 개인은 18억원어치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죠.

최근 석 달간 증권사(5개사)가 내놓은 리포트를 살펴보면, 평균 목표주가 5만3600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현재 주가(3만4350원)보다 56%가량 상승 여력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최규헌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장기적 성장 관점에서의 접근이 유효하다"면서 "제한적인 대규모 매각 대기 물량 출회(오버행) 리스크, 코스피200 편입 등으로 주가는 최근 바닥을 다지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소법 개정안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통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 등이 수소주 투자심리와 일진하이솔루스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 중"이라며 "수소 사업 확장, 환경 사업 개편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마켓PRO]'PER 100배' 일진하이솔루스…시장 주목하는 이유는
다만 일진하이솔루스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100배에 달하는 점은 부담스러운 부분입니다. 지금처럼 시장 기반이 취약할 때는 주가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기도 하죠.

그럼에도 시장은 성장성을 감안하면 투자 매력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결국 일진하이솔루스 주가는 향후 수소 탱크 사업에서 실제로 얼마나 이익을 실현할 수 있을지에 달린 것이죠.

수소차 외에도 중장기적 성장 잠재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소 선박 등 일진하이솔루스의 수소 사업이 확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일진하이솔루스는 작년 삼성중공업과 수소 선박 공동개발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수소 탱크 관련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시대에선 결국 수소차처럼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한 선박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죠. 회사 관계자도 "수소 선박이 상용화될 경우 수소탱크 공급량은 대거 늘어날 수 있다"면서 "수소차와 달리, 수소 선박은 최소 수십 개의 수소탱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일진하이솔루스 프로필(8월22일 종가 기준)
현재 주가: 3만4350원
PER(12개월 포워드): 97배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 131억원(전년 대비 33.6%↑)
적정주가: 5만3600원(최근 3개월래 증권사 평균 목표가)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