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 집중탐구

양극재 실적 급성장에 한달 반동안 24%↑
석유화학도 주요 NCC 기업 중 유일한 흑자
화학 시황 회복되면 상대적으로 불리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인베스터 데이에서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LG화학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인베스터 데이에서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LG화학
기업이 핵심사업부를 물적분할한 뒤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는, 일명 ‘쪼개기 상장’이 상당히 까다로워졌습니다. ‘분할’이라는 말만 나와도 해당 종목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경질적인 반응이 나오죠. 금융당국도 쪼개기 상장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계기는 LG화학의 전지사업본부(현 LG에너지솔루션) 분할이었습니다. 그렇게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이 시가총액 100조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죠.

문제는 LG화학이었습니다. 상장 이후에도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80% 이상을 보유하고 있지만, 주가는 속절없이 무너졌습니다. 지난 19일 종가는 64만원으로 고점을 찍은 작년 2월5일의 100만5000원 대비 36.32% 낮은 수준입니다.

올해 1월22일 LG에너지솔루션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뒤 2차전지 사업의 성장성을 겨냥한 투자금이 LG에너지솔루션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LG화학의 주가는 43만9000원(3월15일)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직전의 고점 77만3000원(1월12일)에서, 두달만에 43.21%가 빠진 겁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은 LG화학 주가만 끌어 내린 게 아닙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2위로 데뷔한 종목에 지수를 그대로 추종해야 하는 패시브펀드의 자금이 몰리면서 다른 대형주들도 된서리를 맞았고, 이로 인해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쪼개기 상장으로 주식시장을 교란한 회사’라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부문의 시황 부진이 이어졌지만, LG화학 주가는 지난달 들어서면서부터 꿈틀대기 시작했습니다. 1년 반 전의 고점과 비교하면 초라하지만, 그래도 한달 반 동안 24.03%가 올랐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코스피도 반등했지만, 상승률은 LG화학이 코스피(6.86%)의 4배에 달하죠. LG화학과 마찬가지로 납사분해설비(NCC)로 플라스틱 원료인 에틸렌을 만드는 롯데케미칼(1.67%)과 대한유화(3.27%)의 상승률은 코스피에도 크게 못 미칩니다.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여전히 배터리 관련주”…존재감 드러낸 첨단소재 부문

최근 들어 LG화학 주가가 선전한 배경은 2차전지 양극재를 만드는 첨단소재 부문의 호실적입니다. 이 회사의 2분기 영업이익은 8785억원으로, 실적 발표 직전의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 9085억원에는 소폭 못 미쳤습니다. 하지만 첨단소재 부문의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 대비 118% 급증한 3350억원이었죠.

양극재는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과 함께 2차전지를 구성하는 4대 핵심 소재 중 하나입니다. 엘앤에프와 에코프로비엠이 양극재를 만드는 회사로 유명하지만, LG화학 역시 LG에너지솔루션을 분할하기 전부터 자체적으로 양극재를 만들어왔습니다. 현재 한국산 2차전지 양극재의 표준으로 인식되기도 하는 니켈·망간·코발트(NCM) 양극재를 2006년에 가장 먼저 양산한 회사도 LG화학입니다.

작년 기준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2차전지에 들어가는 양극재의 30% 정도를 LG화학이 공급했습니다. 향후 이 비율을 40%까지 높이는 걸 목표로 공격적으로 증설에 나서고 있고요. ‘정해진 미래’라고도 불리는 전기차 산업의 성장으로 2차전지 수요가 많아지면 LG에너지솔루션을 거쳐 LG화학 첨단소재 부문까지 함께 성장하는 구조입니다.
LG화학 구미 양극재 공장 조감도. /이미지=LG화학
LG화학 구미 양극재 공장 조감도. /이미지=LG화학
첨단소재 부문이 호실적을 내자 증권가도 앞다퉈 장밋빛 전망을 내놨습니다. LG화학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발간된 증권사들의 종목 분석 리포트의 제목입니다. ‘전지·전지소재로 이익의 무게 중심 이동’(DB금융투자), ‘화학의 약세에도 눈부신 첨단소재 성장’(SK증권), ‘양극재 사업 가치 반영할 필요’(한화투자증권), ‘매 분기 놀라움의 연속인 첨단소재’(하이투자증권).

다만 양극재 판매로 계속해서 폭발적인 이익 성장을 기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지난 2분기 호실적은 금속 가격 상승에 따른 ‘래깅효과’와 판매량 증가가 합쳐진 결과입니다. 래깅효과는 원재료 구입 시점과 공정 투입 시점의 시차에 따라 발생하는 손익의 변동을 말합니다. 금속 가격이 하락하면 2분기에 나타난 것과 반대로 부정적인 래깅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데, 최근 급등했던 금속 가격이 안정세입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니켈 가격은 올해 3월7일 톤(t)당 4만2995달러였지만, 지난 18일 기준 2만1850달러로 반토막이 났습니다. 니켈은 양극재를 만드는 핵심 광물입니다. 양극재에서 니켈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는 게 기술력의 척도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니까요. 배터리 셀(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액이 모두 들어간 2차전지의 기본 단위)의 크기가 작은 원통형배터리를 기준으로 양극재의 니켈 함량은 90% 이상입니다. 또 다른 양극재 구성 금속인 망간과 코발트 가격도 각각 최근 1년간의 고점 대비 약 40% 하락했습니다.

양극재 판매량을 늘리면 이익률 하락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빠른 성장이 계속돼야 한다는 말이죠. 아직까지 LG화학이 만든 양극재는 LG에너지솔루션만 쓰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아닌 2차전지 기업으로의 양극재 매출 비중을 2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수주 소식은 없습니다.

석유화학도 고부가 제품 앞세워 상대적 선방

지금은 첨단소재 부문의 선전에 가려져 있었지만, LG화학의 본업은 석유화학 사업입니다. 또 에텔린 스프레드(수익성 지표)가 손익분기점에도 못 미치는 석유화학 시황 악화에 가려져 있었지만,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은 주요 NCC 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2분기 롯데케미칼과 대한유화는 각각 214억원과 4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LG화학 석유화학부문은 5130억원을 남겼습니다.

석유화학 사업 분야에서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오랜 라이벌이지만, 사업 전략의 차이가 이번 2분기 실적의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2차전지(LG에너지솔루션), 생명과학(LG생명과학), 농업(팜한농) 등을 차치하고 LG화학 석유화학부문만 봐도 고부가가치(스페셜티) 제품을 여럿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의 2분기 실적에 대해 “유가 상승 영향으로 전반적인 석유화학 제품 스프레드가 하락했으나 1분기와 마찬가지로 고부가 다운스트림(전방 산업에 가까운 제품들) 차별화를 통해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국내외에서 에틸렌 생산량 확대에 주력해왔죠. 한국에서는 원유정제 부산물인 나프타를 분해하는 설비로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으며, 미국과 베네수엘라에서는 셰일가스 채굴 부산물인 에탄을 활용해 에틸렌을 만드는 에탄분해설비(ECC)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최근 방향을 틀어 롯데케미칼도 고부가 제품 및 그린(배터리 소재와 수소 등) 사업 비중을 2040년까지 전체 매출의 60%로 확대할 계획을 내놨으니 LG화학이 라이벌전에서 승리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석유화학 시황이 회복되면 LG화학의 고부가 제품 확대 전략은 상대적인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석유화학제품도 공급이 부족해지면 가격이 무섭게 치솟거든요. 그럼 전 세계에 에틸렌 생산설비를 구축해놓은 롯데케미칼의 수익성 확대 폭이 LG화학 석유화학 부문보다 훨씬 커질 수 있습니다.

석유화학 시황이 ‘슈퍼 사이클’로 불리던 2016과 2017년 LG화학의 영업이익은 각각 1조9919억원과 2조9285억원으로, 롯데케미칼의 2조5443억원과 2조9297억원에 못 미쳤습니다. 석유화학 분야로만 좁히면 격차가 더 커지죠. 2016~2017년 2년 동안 LG화학 주가는 23.29% 오르는 데 그쳤지만, 롯데케미칼은 51.13% 상승했습니다.

📂LG화학 프로필(8월18일 종가 기준)
현재 주가: 64만원
PER(12개월 포워드): 17.18배
동종업계 PER: 롯데케미칼(10.58배), 대한유화(11.22배)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 3조7191억원(전년 대비 25.99%↓)
적정주가: 75만632원(1달 전)→76만6000원(현재)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