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부장.(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오건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부장.(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인플레이션은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사라지는 것입니다. 인플레이션만이 지상 과제인 것처럼 보고 투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자자해야 합니다."

글로벌 경제 분석 전문가인 오건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부장은 인플레이션 상황 속에서 투자자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매크로(거시) 경제 전문가로 유명한 오 부부장은 2003년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영업점, VIP 고객 대상 자산관리 등을 거쳐 2008년부터 글로벌 매크로 마켓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과 함께 신한금융그룹 내 매크로 투자 전략 수립, 대외 기관·고객 컨설팅 및 강의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당분간 지속…시나리오별 투자전략 가져야"

최근 인플레이션 상황을 보면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41년만에 최고치인 9.1%까지 올랐다. 다행히 7월 CPI가 8.5%로 내려오면서 시장에서는 물가 상승세가 고점(피크아웃)을 찍고 내려온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고점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물가 수준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6.3%를 기록 중이다.

오 부부장은 "피크아웃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건 맞지만 미국 중앙은행(Fed)이 목표치로 하는 물가상승률 연 2%대까지 내려오기에는 시간이 상당 수준 소요될 것"이라며 "당분간은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공포가 이어질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 부부장은 인플레이션을 잡초와 비교했다. 그는 "잡초라는 게 뽑는 건 쉽지만 그만큼 또 금방 자라난다"며 "물가가 정점을 찍었다는 시그널을 보고 중앙은행이 조금이라도 느슨하게 움직이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물가 상승세가 심하다 보면 사람들의 소비를 억누르게 되는 저성장에 대한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다"며 "물가 측면에서의 변화와 성장 측면에서의 변화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성장에는 고성장과 저성장, 물가에는 고물가와 저물가 등 4개의 국면이 존재한다는 게 오 부부장의 설명이다. 이들을 조합하면 고성장-고물가, 고성장-저물가, 저성장-고물가, 저성장-저물가 등 4개의 국면이 나타날 수 있다.

오 부부장은 "고성장 국면에서는 주식시장이, 물가가 높은데 성장이 둔화됐을 때는 원자재와 같은 자산이 유리하다"며 "성장과 물가 모두 주저앉았을 때는 안전자산인 채권과 달러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식으로만 쏠리는 건 '위험'…자산 분산하라"

오 부부장은 지금과 같이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을 땐 투자자산의 비중이 주식으로 쏠려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대부분은 '이 주식을 살까요, 팔까요?'라고 묻지 '포트폴리오 내에서 주식 비중을 늘릴까요?'라고 묻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주식을 살지 말지의 전략보다는 어느 정도의 비중을 두고 투자를 이어갈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부부장은 "분산투자를 강조할 때마다 몸이 안 좋아 병원에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이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며 "몸이 멀쩡할 때는 의사 선생님의 조언이 크게 와닿지 않지만 한 번 아프고 나면 생각이 바뀌는 것처럼 분산투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시장이 계속 상승한다면 더 오르는 곳에 자산을 쏟아부어도 되지만 시장은 항상 부침이 있기 때문에 여러가지 시나리오에 맞춰 다양한 자산을 펼쳐놓는 전략을 써야 한다는 게 오 부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20년 또는 30년이라는 긴 투자 시계열에서 계속 상승만 있을 순 없다"며 "좋은 시기도 보지만 안 좋은 시기도 겪어봐야 또 다른 하락 나타났을 때 견뎌낼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퀴즈' 출연으로 더 유명해져…"경제교육 전문가 되고파"

오건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부장.(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오건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부장.(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기존에도 이미 유명했던 오 부부장은 올해 TV프로그램인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면서 더욱 유명세를 얻고 있다. 그는 "평소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데 버스나 지하철에서 알아봐주는 분들이 많아졌다"며 "감사하긴 한데 그 다음을 어떻게 해야할지 어색한 경우가 있어 그런 점이 조금 신경쓰이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대로 많은 분들이 저를 알아보게 됨으로써 코멘트나 분석을할 때 더 많은 책임감을 가지게 됐다"며 "좀 더 분석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압력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 부부장은 그동안 했던 투자 중 스스로에게 했던 투자가 가장 잘한 투자라고 꼽았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렌 버핏도 인플레이션 시대에서는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에 들어와서 투자쪽으로 공부하는게 쉬운 길은 아니었는데 꾸준히 한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다"며 "돌아보니 그렇게 저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투자를 저한테 가장 필요한게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오 부부장은 경제교육을 할 수 있는 전문가로서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 설명하거나 강의하는 것이 멋있다고 생각해 학원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며 "저는 매크로 전문이지만 주식이나 원자재, 부동산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같이 경제교육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