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총액이 30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ETF 1위 사업자인 삼성자산운용과의 시장점유율 격차는 2%포인트로 좁혀졌다. 지난해 초만 해도 미래에셋자산운용 점유율은 삼성자산운용의 절반에 불과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 안에 두 회사 간 순위가 역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TF 1위' 쟁탈전…미래에셋, 삼성 턱밑 추격

○미래, 점유율 40% ‘눈앞’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30조481억원이었다. 이 회사가 ETF 시장에 뛰어든 2006년 이후 ETF 순자산이 3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38.72%다. 삼성자산운용(40.95%)에 이은 2위다. 삼성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31조7789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은 26조2368억원, 삼성자산운용은 31조4147억원이었다. 올 들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순자산이 3조8113억원 증가하는 동안 삼성자산운용은 3642억원 느는 데 그쳤다. 증가액이 10배 넘게 차이난다.

지난해 초 삼성자산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51.55%였다. 당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점유율은 25.73%로 삼성자산운용의 절반 정도였다. 현재는 두 회사 간 점유율 격차가 2.23%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전체 ETF 중 비중이 가장 큰 주식형 ETF 부문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순자산이 이미 삼성자산운용을 넘어섰다. 지난 3월 중순 처음 역전을 허용했다. 지난 12일 기준 주식형 ETF 순자산은 미래에셋자산운용 18조1459억원, 삼성자산운용 16조4001억원이었다. 채권형과 파생형의 경우 삼성자산운용의 순자산이 각각 4조6282억원, 10조6454억원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2조2737억원, 8조8545억원)보다 많다.

○삼성, 1위 수성 가능할까

삼성자산운용은 국내에 ETF를 처음 도입한 회사다. 2002년 이 회사가 상장한 ‘KODEX 200’이 국내 첫 ETF다. 삼성자산운용은 이후 20년간 한 번도 점유율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삼성자산운용은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의 강자다. ‘KODEX 레버리지’와 ‘KODEX 200선물인버스2X’의 순자산총액은 각각 2조2000억원, 1조9680억원이다. 국내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 중 규모가 가장 크다. 과거에는 투자자들이 ETF를 주식시장의 상승 혹은 하락에 ‘베팅’하는 용도로 주로 사용했다. 삼성자산운용 자리를 다른 운용사가 넘보지 못했던 이유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해외주식 투자 붐이 일면서 ETF 투자 문화도 바뀌었다. 해외 개별 종목에 대한 정보가 어두운 개인투자자들이 대표 주가지수나 테마형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매입하는 식으로 해외 증시에 뛰어들면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ETF(TIGER 미국나스닥100)와 S&P500지수를 추종하는 ETF(TIGER 미국S&P500)를 국내에서 최초로 선보였다. 중국 전기차와 2차전지 테마에 투자하는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는 2020년 12월 상장 후 1년 만에 순자산이 3조원을 넘어서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삼성자산운용은 비슷한 테마의 ‘KODEX 차이나2차전지MSCI’를 올해 3월에야 상장했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대표는 “과거 투자자들은 ETF를 레버리지와 인버스 등 단기 투자 용도로 썼다”며 “2020년 이후 다양한 해외투자형 ETF가 나오며 장기 투자 상품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